국회의사당서 평온한 영결식
영정 든 의장대 필두 가족들 뒤따라
황교안 “의회정치 발전 큰 기여” 조사
김수한 전 의장, 추도사 읽다 울먹여
‘야당 투사’ 영상에 조문객들 눈시울
영정 든 의장대 필두 가족들 뒤따라
황교안 “의회정치 발전 큰 기여” 조사
김수한 전 의장, 추도사 읽다 울먹여
‘야당 투사’ 영상에 조문객들 눈시울
26일 오후 1시56분. 매서운 눈발을 헤치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정과 무궁화대훈장을 든 의장대가 국회의사당 안으로 한걸음씩 들어섰다. 유장한 조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의 운구차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휠체어를 탄 부인 손명순씨와 몸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진 장남 김은철씨를 비롯한 유족들도 고개를 숙인 채 남편과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길목에 늘어선 의장대가 ‘받들어총’으로 전직 대통령의 마지막 길에 예를 표했다. 영하 3도의 추위 속에 1시간 넘게 김 전 대통령을 기다리던 장례위원과 시민 7000명도 모두 일어나 경건한 표정으로 맞이했다. 9선의 국회의원이자 14대 대통령이었던 김 전 대통령이 생전 가장 좋아하던 곳에서 가족·동지·시민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순간이었다.
오후 2시. 유족, 정의화 국회의장과 양승태 대법원장 등 5부 요인, 주한외교사절단, 각계 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묵념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약력보고로 영결식이 시작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도 함께 자리했다.
국가장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는 조사에서 “20대에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신 이후 9선의 국회의원과 정당지도자로서 우리 의회정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오셨고, 대통령으로 재임하시면서 국가 발전에 많은 업적을 남기셨다”고 추모했다. 민주화투쟁 동지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를 낭독하며 “민의의 전당인 이곳 국회에는 대통령님의 숨결이 도처에 배어 있다”며 울먹였다. 김 전 의장은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어 있던 겨울공화국 치하에서 조국 땅, 역사의 현장을 지키며 생명을 던져 처절하게 저항하는 대통령님의 모습은 모든 민주세력들에게 무한한 감동과 용기의 원천이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존경하고 사랑하는 김영삼 대통령님 참으로, 참으로 수고 많으셨다”며 추도사를 옛 동지의 영정 앞에 바쳤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등 상도동계 인사들도 눈을 감고 옛 생각에 잠겼다.
생전에 김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김장환 수원침례교회 목사의 개신교 의식을 시작으로 불교·천주교·원불교의 종교의식도 이어졌다. 이후 대형 전광판에서 유신독재·군부독재에 맞서 싸우던 ‘야당 투사’ 시절 김 전 대통령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거침없는 행동이 담긴 5분간의 영상이 나오자, 차남 현철씨는 고개를 떨구고 울음을 터뜨렸다. 조문객도 눈물을 훔쳤다.
상주와 유족에 이어 장례위원들의 헌화와 분향도 차례로 이뤄졌다. 손명순씨는 제단으로 나갔지만 휠체어에 앉아 있어 국화꽃은 지인이 대신 올렸다. 차남 현철씨는 분향한 뒤 자리로 돌아와 또다시 오열했다. 술렁이던 영결식장에 추모 노래 ‘청산에 살리라’가 나지막이 울려 퍼지면서 분위기는 다시 차분해졌다.
오후 3시16분. 탕탕탕. 노래가 끝나자 3군의 조총이 발사됐다. 김 전 대통령은 가족과 동지, 시민의 마지막 배웅을 받으며 국회를 영원히 떠났다. 영결식에는 1만여석의 좌석이 마련됐지만 영하의 추위 탓에 7000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장을 찾은 이들은 맨몸으로 눈보라를 맞으며 김 전 대통령의 평온한 안식을 기원했다. 안병두(64)씨는 “대학교 1학년이던 1970년 (유신정권의) 삼선개헌 반대 투쟁이 한창일 때 김 전 대통령을 처음 봤다. 그때 김영삼·김대중 두 분은 대학생들에겐 민주화를 이끄는 기수로 누구보다 훌륭한 존재였다. 평온하게 영면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정이 26일 오후 서울 상도동 사저를 돌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안장식이 거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삼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국회의사당을 떠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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