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 운구행렬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현충원 안장 순간
‘공작새 왼쪽 날개’ 자리에 안치
DJ 묘소와 300m 거리두고 마주봐
‘공작새 왼쪽 날개’ 자리에 안치
DJ 묘소와 300m 거리두고 마주봐
고인이 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불’이 될 그의 묘지에는 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강암 마사토가 뿌려졌다. 거제도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삼천리 금수강산이 모두 내 고향’이라던 김 전 대통령의 뜻을 따른 것이다. 상주인 차남 현철씨는 그 흙을 뿌리며 눈물을 흘렸다.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부인 손명순씨의 눈에도 눈물이 비쳤다.
김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은 26일 오후 4시40분께 국립서울현충원 안장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선 옅은 눈발이 흩날렸다. 운구차에서 유족 가운데 차남 현철씨가 가장 먼저 내렸고, 11명의 군 의장대 운구병이 태극기로 덮인 김 전 대통령의 관을 운구했다. 김 전 대통령의 영정 뒤로 무궁화대훈장과 관, 유족들이 따랐다. 안장식장에 먼저 와 있던 250명의 조문객의 행렬이 이어졌다. 장내가 정돈된 뒤 현철씨가 유족을 대표해 영단에 국화꽃을 올리고 향을 피워 올렸다.
남편의 마지막 가는 길엔 65년을 함께해온 아내가 앞장섰다. 휠체어에 탄 손씨를 선두로 안장식장에서 150m 정도 떨어진 비탈길을 지나 김 전 대통령의 관이 묘소에 도착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대통령 중 4번째로 현충원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게 됐다. 그가 눕게 될 제3장군묘역 오른쪽 능선은 공작새의 왼쪽 날개에 해당하는 곳이다. 전체적으로는 ‘공작새가 날개 안에 각각의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는 지관들의 얘기가 전해진다. 실제로 전날 이곳에서 알 모양 바위 7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정치적 동지’이자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누운 자리와는 300m 떨어져 있고, 정치인생을 걸고 맞서 싸웠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도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묏자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46년을 살아온 상도동 자택으로 넘어가는 통문이 나온다.
의장병이 관을 덮은 태극기를 걷어내자, 무궁화와 십자가가 그려진 목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관이 아래로 내려가고 흙이 관을 뒤덮는 순간, 현철씨는 “아버님, 아버님” 하며 그동안 참아왔던 울음을 쏟아냈다. 고명진 수원중앙교회의 집례로 이뤄진 하관예배가 끝난 뒤 성분(봉분을 만드는 일)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영원한 이별을 알리는 조총 3발이 발사됐다. 영면을 기리는 이들의 묵념을 마지막으로 김 전 대통령의 모든 국가장 일정이 마무리됐다.
상주 현철씨는 안장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버님을 이렇게 사랑해주시고 애정을 가져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버님의 마지막 유언인, ‘이 사회에 통합과 화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씀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의 묘소 봉분 앞에는 목재로 만든 임시 묘비가 세워졌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에 따라 내년 1월께 3.49m 크기의 석재 묘비가 세워지는데,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무늬가 윗부분에 화강석으로 조각되고, ‘제14대 대통령 김영삼의 묘’라는 글씨가 가로세로 각 20㎝ 안팎의 크기로 새겨질 예정이다. 묘두름돌과 상석, 향로대, 추모비도 추후 설치된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김영삼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이 서울 세종로를 지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영결식이 눈이 내리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안장식이 거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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