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김영삼기념도서관 앞에서 만난 노경준 군. 6년 전 김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들고 나왔다. 사진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상도동 자택 앞 시민들 ‘눈물 배웅’
상도동 자택 앞 시민들 ‘눈물 배웅’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귀가’하던 26일 오후, 46년간 현관에서 그를 맞았을 아내 손명순씨는 자리에 없었다. 이젠 영정사진의 주인공이 된 김 전 대통령을 장손 성민씨가 가슴에 안고 1층 거실에 들어섰다. 영정 속 김 전 대통령은 가족들이 마주앉았던 식탁과 아내와 찍은 사진, 동료들과 시국을 논했던 소파 등을 10여분간 둘러본 뒤,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향했다.
대통령 사저 중 가장 작은 규모(333.8㎡·101평)인 서울 동작구 상도동 2층집은 운구차 한 대도 들어서기 힘들 만큼 좁디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끝에 서 있었다. 이웃이었던 동네 주민들은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기 위해 좁은 골목길 담벼락에 붙어 운구차를 기다렸다.
오후 4시께 김 전 대통령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가 도착하자 조기를 게양해놓고 기다리던 사저는 황토빛 나무대문을 활짝 열어 유족 20여명을 맞았다. 초산테러를 당한 뒤 몸을 추슬렀고, 가택연금 중 23일간 단식을 했던 바로 그 집이다. 35년 만에 이곳을 찾았다는 김만호(67)씨는 “1980년엔 가택연금 상태라 사저에 와도 김 전 대통령을 볼 수 없었다. 이젠 영영 못 뵙는다니 안타깝다”고 했다. 김학서(78)씨는 사저 대문 앞에 머리를 기댄 채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500여m 떨어진 ‘김영삼기념도서관’ 앞에도 1500여명(경찰 추산)의 시민들이 일찍부터 거리를 메웠다. 운구차가 오후 4시20분께 도착하자 시민들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등 저마다의 ‘이별의식’을 치르는 모습이었다. 직접 준비해 온 사다리에 올라서서 “잘 가세요 김영삼 대통령님”이라 외치는 시민도 있었다. 주민 김중식(72)씨는 “그분의 인생 역정이 험난해서인지 오늘 이렇게 추운가 보다”라며 말을 흐렸다. 뇌성마비를 앓는 장애인 노경준(17)군은 2009년 김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가슴에 안고 나왔다. 노군은 “6년 전 김 전 대통령이 함께 사진을 찍으며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그 말씀이 큰 힘이 됐던 걸 기억하며 몸을 움직이기 힘들지만 이렇게 나왔다”고 말했다.
김미향 권승록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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