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열린 영결식이 끝난 뒤 고인이 46년간 살았던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사저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
시민 등 7000여명 참석
“민주주의·민권 위해 헌신
상생·통합 유지 실현할 것”
시민 등 7000여명 참석
“민주주의·민권 위해 헌신
상생·통합 유지 실현할 것”
지난 22일 서거한 한국 민주화의 거목,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26일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양김 시대’는 역사의 뒤편으로 저물었으나, 그가 목숨 걸고 일궈온 민주주의, 유훈처럼 남긴 ‘화합과 통합’은 여전히 현재의 과제로 남았다.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엄수됐다. 영하의 기온에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부인 손명순씨와 차남 현철씨 등 유가족,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 헌법기관장, 주한 외교사절과 일반 시민 등 7000여명(행정자치부 집계)이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영결식 조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평생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 대도무문의 정치철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국민과 더불어 민주화의 길을 걸었다”며 “나라를 위해 헌신한 발자취를 우리 국민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대통령님은 민주주의와 민권을 위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치신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사셨다”며 “대통령님을 모시고 정치역정을 함께한 많은 후배·동지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이 나라 정치를 바로 세우고, 임께서 염원하셨던 상생과 통합, 화해와 통일의 그날을 반드시 실현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영결식은 이어 기독교·불교·천주교·원불교의 종교의식과 김 전 대통령 생전 영상 상영, 헌화·분향, 추모공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추모곡으로는 그가 생전에 좋아한 <청산에 살리라>가 울려퍼졌다.
김 전 대통령이 박정희 유신독재에서 의원직을 제명당한 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절규하는 장면이 상영되는 영결식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대통령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영결식 전 서울대병원 빈소를 방문해 영정을 배웅하는 것으로 예우를 대신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7박9일간의 해외순방 뒤 고열과 감기 증세가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정권 시절 가택연금을 당한 뒤 “나를 감금할 수는 있어도 내 양심은 전두환이가 빼앗지 못해”라고 외치는 장면도 상영됐다. 지난 25일 빈소를 방문한 전 전 대통령은 영결식에 불참했다.
영결식 뒤 김 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은 김 전 대통령이 46년간 살았던 상도동 사저와 내년 봄 개관을 앞둔 김영삼대통령기념도서관을 거쳐, 오후 4시15분 마지막 안식처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닿았다. 젊은 날의 그가 “독재 타도”를 외치며 맞서 싸웠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평생의 협력자이자 라이벌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잠든 그곳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장군 제3묘역 오른쪽 능선에 잠들었다.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인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그의 민주화 투쟁과 대통령 재임 시절의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도입, 공직자 재산공개 등의 업적, 용기와 포용의 리더십 등이 부각되면서 ‘와이에스 재조명’이 이뤄졌다. 첫 국가장으로 치른 김 전 대통령의 장례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빈약한 리더십이라는 현주소를 역설적으로 일깨웠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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