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대병원에 차려진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고인의 아들 김현철 씨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방명록에 “명복을 기원합니다”
노태우 장남 노재헌씨도 조문
방명록에 “명복을 기원합니다”
노태우 장남 노재헌씨도 조문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결식 하루 전날인 25일 문민정부에서 ‘12·12 쿠데타’와 ‘광주학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반란 수괴’로 단죄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께 까만 양복에 하얀 셔츠 차림으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빈소로 들어섰다. 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헌화한 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비롯한 유가족들과 악수하며 위로를 건넸다. 방명록에는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라고 짧게 썼다.
이후 내빈실로 자리를 옮긴 전 전 대통령은 느긋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전 전 대통령은 “(아버님이) 아프신 지 오래되셨느냐”며 현철씨에게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물었다. 현철씨가 “최근 3년간 아프셨다”고 나지막이 답했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는 더 오가지 않았다. 대화는 ‘건강’을 주제로 이어졌다. 전 전 대통령이 “아드님은 나이가 어떻게?”라고 묻자, 현철씨가 “57살이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 사장하고 동갑이다. 잘 안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현철씨의 팔을 쓰다듬으며 “내 나이만 많은 줄 알았는데 애들도 나이가 많다. 애 많이 썼다. 연세가 많고 하면 다 가게 돼 있다”고 현철씨를 위로했다. “건강이 안 좋으시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시냐”는 현철씨의 물음에, 전 전 대통령은 “나이가 있으니까 왔다 갔다 하는 거지. 그래도 이제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마시니까 좀 나아졌다”며 밝게 웃어보였다.
13분간 빈소에 머문 전 전 대통령은 ‘와이에스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등의 기자들의 질문은 모두 뿌리치고 장례식장을 서둘러 떠났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첫날에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었다.
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83년 ‘야당 투사’였던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5개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상도동 자택에서 23일 단식을 하는 등 전두환 정권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뒤에는 ‘역사 바로세우기’와 비자금 수사를 통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다.
지난 2010년 8·15 때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전직 대통령을 모두 초청했을 당시, 김 전 대통령이 큰 목소리로 “전두환이는 왜 불렀노. (본인이 처벌했기 때문에) 대통령도 아니데이. 죽어도 국립묘지도 못 간다”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앞서 오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도 조문한 뒤 현철씨의 손을 맞잡고 “이 나라의 대통령이셨고 한때 아버님과 국정도 같이 운영하셨다”며 “당연히 와서 정중히 조의를 드리는 것이 도의라고 생각하고 아버님도 또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애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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