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종·윤여준의 고언
“김영삼의 아들이고 제자라고 하는 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을 쳐낼 때 우물쭈물하고 막무가내 호위무사를 하는데, 아버지이자 스승인 김영삼이 용납하겠나.”(박찬종)
“소통과 설득의 민주적 리더십, 과감히 정치적 선택을 하고 분명히 결과에 책임지는 태도…이런 것들을 박근혜 대통령과 요새 정치인들이 배워야 한다.”(윤여준)
정치계의 원로 격인 박찬종(76) 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문민정부 시절 최장수 청와대 공보수석을 지낸 윤여준(76) 전 환경부 장관이 24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들어 정치권에 고언을 쏟아냈다.
박 이사장은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김 대표가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자부하며 그 후광에 승차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은 나무랄 수 없지만, 아들로 자부하려면 김영삼식으로 행동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을 감정적으로 찍어낼 때 김 전 대통령이라면 우물쭈물했겠나.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용납을 안했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이사장은 또 “김 전 대통령의 제자라는 서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의 막무가내 호위무사다. 스승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절대 원칙에서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과연 제자라고 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박 이사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연설할 때마다 ‘민주주의는 피의 강을 건너 죽음의 산을 넘어 쟁취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닭 모가지 비틀 일도, 피의 강을 건널 일도 없는데 후배들은 온실에 앉아서 챙겨먹고만 있다”며 정치권의 밥그릇 다툼도 비판했다.
윤 전 장관은 김 전 대통령의 과단성을 강조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특출한 점은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점이다. 과감하게 선택하고 결과에 대해 분명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돌파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지금 정치인들은 자질구레한 이해득실을 따지고 몸 사리는 데 바쁘다”고 짚었다.
윤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설득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을 설득하고 소통하는 민주적 리더십이 아니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김 전 대통령은 끝까지 참모의 직언을 듣고 심기를 거스르는 이야기를 해도 불편한 내색을 안했다. 대통령이 결정을 번복한 일도 있다. 당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일지라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일지라도 필요다고 생각하면 썼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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