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 사흘째 조문행렬 이어져
“고인이 반독재 선봉 설 때 저는 막 민주화운동에 합류한 대학생 꼬마였습니다.”(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지금은 민주화 이야기하면 옛날 이야기한다고(하니) 기가 차… .”(김동주 전 국회의원)
“수많은 희생과 헌신을 통해 얻어진 민주화의 성과들이 젊은 세대들에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법칙이 됐죠.”(조 교육감)
24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울대병원 빈소를 찾은 김동주 전 의원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내빈실에서 나눈 대화 한 토막이다. 김 전 대통령이 떠난 자리는 굴곡진 현대 정치사를 함께 겪은 선후배들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고민하는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따끔한 조언을 하고, 후배들은 잊고 지낸 선배들이 남긴 뜻을 되새긴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 이원종 전 정무수석 등 6명이 내빈실에 둘러앉았을 때, 이 전 수석이 “고인의 마지막 유언이라고 알려진 화합과 통합, 참 지금 필요한 말씀이시다”라고 했다. 누군가 “지금 아주 절실한 말씀이다”라고 거들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빈소를 찾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고인이 총재로 있던 통일민주당에서 정당생활을 시작했다”고 기자들에게 인연을 소개하며 “우리는 지도자 한 분을 잃었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할 책무가 우리 후손들에게 맡겨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0여명도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단체 조문을 했다. 앞서 우상호·우원식 의원 등 1970~80년대 학생운동을 한 초재선 의원들은 이날 오전 별도로 모여 분향을 했다. 1987년 6월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던 우상호 의원은 “1990년 3당 합당 뒤에는 미워했는데, 그전까지는 함께했던 동지였다”며 “6월항쟁 당시 김 전 대통령과 야당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주지 않았다면 민주화 운동의 폭과 넓이가 그렇게 커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도동계 인사들은 사흘째 빈소를 지키며 의리를 내보였다. 고령으로 거동이 편치 않은 김수한 전 국회의장, 중풍 후유증으로 역시 거동이 불편한 상도동계 1세대 최형우 전 내무부장관도 3일째 빈소를 찾았다.
전남 강진에 칩거 중이던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도 사흘째 빈소를 찾았다. 그는 밤늦게까지 머무르며 여야, 전현직 정치인, 각계 인사들과 부단히 부대끼고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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