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한국대표부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조문소를 찾아 헌화한 뒤 조의록에 추모글을 쓰고 있다.
상도동 자택서 10분 거리
도서관 내년 3월 문 열 예정
추모·기념사업 활발해질 듯
도서관 내년 3월 문 열 예정
추모·기념사업 활발해질 듯
“저희로선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동안 저평가 돼 왔다고 생각해왔거든요. 그런데 돌아가신 걸 계기로 (그 분에 대한) ‘평가가 올라가면 (지지부진한 기념사업도) 달라지지 않겠나’ 하는 바람이 있어요.”
24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화 투쟁 과정과 문민정부 시절 업적을 기록하는 ‘사단법인 김영삼민주센터’(민주센터)에서 실무를 총괄해 온 김정열 사무국장의 목소리에는 기대가 잔뜩 실려있었다. 김 전 대통령을 기리는 기념사업의 핵심인 ‘김영삼 대통령 기념 도서관’(기념도서관) 건립 사업을 두고 한 말이었다.
민주센터는 내년 3월 문을 열 예정인 기념도서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이를 대학에 기증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아직까지도 선뜻 나서는 대학이 없어 고민이 컸다. 대학에선 재정적 이유 외에도 외환위기 초래와 3당 합당 등 ‘과’가 적지 않은 대통령의 기념사업을 맡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반유신 민주화 투쟁, 문민정부 개막, ‘하나회 숙청’을 비롯한 역사 바로 세우기 등 ‘공’에 대한 재평가 흐름이 형성되면서 대학들도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민주센터 쪽은 기대하고 있었다.
내년 봄 기념도서관이 일반에 공개되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기념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우선 김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 역사 바로 세우기, 금융실명제 등 경제정책, 민주화 투쟁 등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가 열려 일반인들이 김 전 대통령을 추억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마련된다. 현직 교수 외에도 문민정부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강연자로 나설 계획이다. 또한 ‘추모 100일 특별전시’ 등 각종 전시회도 열린다. 이를 위해 민주센터는 평소 등산을 즐겼던 김 전 대통령의 등산화를 비롯한 각종 유품과 김 전 대통령의 회고록, 각종 서적 등 5만여점의 자료를 모아왔다.
기념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의 오랜 소망이었다. 지난해 10월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소망은 상도동에 건립 중인 ‘김영삼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 사무실에 출근해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이 46년을 지낸 서울 상도동 자택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약 500m)에 기념도서관이 지어진 배경이다.
김 전 대통령은 거의 전 재산을 기념도서관 건립에 쏟아부었다. 기념도서관 착공(2012년 5월)에 앞선 2011년 전 재산의 사회 환원의 발표한 뒤 거제도 땅 등(52억원 규모)을 민주센터에 기부했다. 당시 마지막 남은 재산으로 알려진 상도동 자택의 소유권도 민주센터로 함께 옮겼다. 부인 손명순 여사 사후에는 상도동 자택도 기념사업 등에 쓰도록 미리 조치한 것이다.
‘와이에스(YS) 문하생’들도 십시일반 돈을 보탰다. 김정열 사무국장은 “(2011년) 당시 김무성 대표가 ‘각하께서도 전재산을 다 내놓는다는데, 우리가 못할 게 뭐가 있느냐’고 앞장섰고, 다른 인사들도 기부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비 75억원도 지원됐다.
현재 전직 대통령을 기리는 기념관은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2012년 개관),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2013년)과 ‘연세대김대중도서관’(2003년)이 있다. 노무현재단도 2019년까지 고향인 봉하마을 일대에 전시관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도 지난해 고향인 포항에 있는 한동대에 기념관 건립을 추진했지만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지지부진해진 상태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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