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교수. 신소영 기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 ‘역사적 성과를 전격적으로 만들어냈지만 사회경제적 통찰력은 부족했다’고 평했다.
조 교수는 22일 페이스북에 “김영삼 별세. 그의 지역구는 부산시 서구 대신동이었던 바, 거기서 나고 자란 나는 어린 시절 선거철만 되면 그의 사진이 붙은 벽보를 봤다”고 회고했다. 그는 “집안 식구들은 모두 김영삼 지지자였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대중정치인 김대중과 함께 경쟁하고 협력하며 박정희 독재와 싸웠다. 초강력 권력의지, 동물적 정치 감각, 무모할 정도의 돌파력을 가진 정치인이었다”고 평했다.
조 교수는 “1987년 후보단일화 무산 이후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자, 김영삼은 방향을 틀었다. 김영삼은 ‘3당 합당’을 통해 경남중학생 시절 품은 꿈을 이루었고, 이후 하나회 숙청, 5.18 특별법 제정, 금융실명제 실시 등 역사적 성과를 전격적으로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호남을 고립시키고 민주세력을 동강을 낸 ‘보수대연합’의 후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치적 감각 외에 사회경제적 비전과 통찰력은 없었기에, IMF 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역사에는 가정이 의미 없지만, 1987년 대선 전후 ‘거산’(巨山)과 ‘후광’(後廣)이 단일화와 권력배분에 합의하고 공동정부를 추진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몇 년 후 유사한 가정을 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후보단일화 진통을 겪었고 현재도 그 여진으로 인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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