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휠체어에 탄 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현장취재사진
현대정치사 인물들 조문 행렬
‘마지막 3김’ 김종필 휠체어 조문
고인과 추억 떠올리며 눈물
이희호·권양숙씨도 애도
이명박 “민주화의 완전한 한축 떠나”
손학규 “담대한 용기 가르쳐준 분”
‘마지막 3김’ 김종필 휠체어 조문
고인과 추억 떠올리며 눈물
이희호·권양숙씨도 애도
이명박 “민주화의 완전한 한축 떠나”
손학규 “담대한 용기 가르쳐준 분”
22일 새벽 2시20분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진 뒤 가장 먼저 달려온 이는 김수한(87) 전 국회의장이었다. 김영삼 정부 임기 후반기에 2년간 국회의장을 한 그는 “김 전 대통령과의 기억이 산더미예요. 말로 다 못하죠”라고 회고했다.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는 현대 정치사를 아우르는 수많은 정치인이 모여들었다. 그와 정치 역정을 함께했던 ‘상도동계’의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이 일찍부터 찾아와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다. 김무성 대표는 조문객 맞이부터 장례 절차 준비까지 도맡으며 상주 노릇을 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3김 시대’의 한 축이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오전 8시50분께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조문했다. 김 전 총리는 한 시간가량 빈소에 머물면서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을 떠올리며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1979년 김영삼 당시 의원이 국회에서 제명당할 때 모두 찬성했지만 자신만 반대했다고 소개했다.
한광옥, 한화갑, 강삼재, 김덕룡, 홍사덕, 박찬종 등 김 전 대통령과 정치활동을 함께했던 전직 원로 의원들도 속속 모여 인사를 서로 나눴다. 상도동계·동교동계의 구분은 무의미했다. 김 전 대통령과 신민당을 함께 이끌던 원로 정객 이철승(93) 전 국회부의장이 조문객실에 들어서자 정치인들은 일어서서 그를 맞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오전 10시55분께 빈소를 찾아 “민주화의 완전한 한 축이 떠났다”고 애도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이 하나회를 숙청한 사실을 언급하며 “그건 와이에스(YS)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오전 11시께 빈소에 도착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부산지역을 기반으로 민주화운동을 해서 여러 번 함께 뵈었었고 6월항쟁 때 국민운동본부도 함께했다. 개인적으로 경남중·고등학교 선배고 거제도 동향 후배여서 여러모로 떠나보내는 마음이 좀 더 무겁다”고 개인적 인연을 소개했다. 문 대표가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운동을 이야기하면서 “(김 전 대통령이) ‘박정희씨는 애국심을 독점하지 말라’고 한 얘기도 생각난다”고 하자 옆에 있던 김무성 대표가 “아 그런 말씀도 하셨나”라며 웃었다. 1993년 김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치에 입문한 손학규 새정치연합 전 고문은 “김 전 대통령은 정치지도자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인 담대한 용기를 가르쳐주셨다”고 회고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했던 손 전 고문은 소회를 밝히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고건 전 총리, 문민정부 최장수 공보수석이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을 비롯해 박원순·안철수·오세훈 등 여야 정치권 인사, 사법부에선 이용훈 전 대법원장,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등이 찾았다. 정부 쪽에서는 황교안 국무총리, 황우여·최경환 부총리 등이 국무회의를 마치고 조문 왔다. 이날 저녁까지 시민 3000여명이 빈소를 찾았다.
독일을 방문중인 정의화 국회의장은 추도 메시지를 내어 “대한민국사의 큰 별이자 민주화의 주축이었던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이루 말할 수 없이 비통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악연이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이 문민정부 재임 시절 주도한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특별법 제정으로 ‘12·12 사태’와 ‘5·18 유혈진압’에 대한 책임을 추궁받아 내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당시 함께 구속됐던 노태우 전 대통령도 조화를 보냈다. ‘3김’ 중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남편과 함께 민주화를 위해 오랫동안 투쟁했다. 우리 국민은 김영삼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을 변화시킨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도 “고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인생에도 영향을 끼친 분”이라며 명복을 빌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앞줄 오른쪽부터)와 이종걸 원내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바라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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