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사흘 동안 진행된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누리당이 12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야당의 반대 속에 단독으로 채택했다.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최종 절차인 국회 본회의는 다음주 열릴 예정인데, 야당은 황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규정해 본회의 거부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인 장윤석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소속 인사청문위원들은 이 회의에 참석해 전관예우와 병역기피 의혹, 자료제출 부실 등을 들어 황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밝힌 뒤, 보고서 채택 직전 자리를 나왔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무총리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도덕성이나 능력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여당 단독으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됐지만, 황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야 한다. 여당은 다음주 초인 16일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여는 방안을 시도할 예정이다. 18일부터는 나흘간 국회 대정부질문이 예정돼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메르스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지연으로 국정공백이 장기화돼선 안 된다”며 “국회가 임명동의안의 법적 처리 시한(6월14일)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미 법정 시한은 넘기게 됐으나, 최대한 서둘러 달라는 압박이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인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앉은 이 중 맨 오른쪽)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하려 하자 이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던 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서 퇴장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그러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황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이 지금까지 지명한 6명의 총리 후보 중 가장 흠결이 많은 후보를 유야무야 (총리에) 앉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본회의에 참여해 반대 표결을 할지 본회의 자체에 불참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본회의 참여 여부는 주말에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끼리 논의를 하고 여론 추이를 살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뜻을 밝힌 국회법 개정안의 정부 이송 시기는 다음주로 또 연기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새정치연합이 정 의장의 국회법 중재안 수용 여부를 오는 15일 의원총회에서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의 정부 이송도 그만큼 늦추기로 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도 기자들에게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은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에 이송해올 경우 국정마비가 우려된다”고 거듭 강조해, 현재 논의중인 국회법 중재안에도 부정적임을 나타냈다. 그러나 여야가 새롭게 중재안을 보낼 경우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메르스 국면과 겹쳐 여야가 재차 합의한 중재안까지 거부하는 것은 청와대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의 중재안은 입법 취지를 벗어난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하고 행정기관이 이를 처리하도록 한다”는 애초 개정안에서 ‘요구’를 ‘요청’으로, ‘처리하도록’을 ‘검토하여 처리하도록’으로 고쳐서 강제성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황준범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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