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무총리 후보 인사청문회 첫날
8일 시작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황 후보자의 변호사 시절 ‘전관예우’ 의혹을 둘러싸고 뜨거운 공방이 오고 갔다. 야당 쪽에선 변호사 시절 수임사건 등 전관예우 의혹 해소를 위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이대로 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사흘 일정으로 이날 시작된 청문회는 출발부터 황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에 대한 질타로 시작됐다. 야당 청문위원들은 황 후보자의 변호사 재직 시절 사건 수임 내역 자료, 그중에서도 특히 ‘자문 사건’이란 이유로 제출하지 않은 이른바 ‘19금 사건’ 대한 상세 내역 공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황 후보자는 ‘황교안법’이라고 불리는 변호사법 규정을 이유로 청문회가 시작된 이날까지도 변호사 시절 사건 수임 내역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렇게 자료 제출이 부실한 상황에서 이 청문회를 해야 하는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도 “침묵과 자료 제출 거부로 지연작전을 쓰는 노련한 검사를 (총리로) 원하는 게 아니다. 청문회에 불성실하게 임하는 후보가 (총리)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 쪽의 자료 제출 요구가 거듭되자, 황 후보자는 이날 오후 변호사 시절 자문사건 19건 내역을 국회 인사청문특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황 후보자와 여당 쪽이 변호사법을 이유로 수임 일자와 사건명 등 4개 항목에 대해서만 열람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또 한차례 고성이 오가는 공방이 이어졌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변호사는 의뢰인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가 있다. 후보자에게 범법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이라고 황 후보자에게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박 의원은 “엔엘엘(NLL) 대화록 사건 때도 국회 의결을 거쳐 보완 서약을 하고 엄청난 기록물을 봤다”며 “후보자의 동의를 받아 청문위원 4명에게 ‘의뢰인’ 등을 보여주는 게 마땅하다”고 맞받았다.
고교 3학년 같은반 친구가
대법원 주심 맡은 사건 수임
전관예우 추궁 받자
“가끔 전화도 하고 만났지만
사건 관련 전화한 적은 없어” 또 이날 청문회에선 박원석 정의당 의원 등이 황 후보자가 2012년 법무법인 태평양에 재직할 당시 정아무개 청호나이스그룹 회장의 횡령 사건을 수임한 것을 대표적인 전관예우 의혹 사례로 꼽으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2심까지 유죄가 인정됐지만 황 후보자가 사건을 수임한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당시 이 사건을 심리한 주심은 김용덕 대법관으로, 황 후보자의 고교 동창이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기도 하다. 박 의원을 비롯해 우원식·홍종학 새정치연합 의원 등은 황 후보자와 김 대법관의 이런 ‘특수 관계’를 지적하며 “전관예우 오해를 기피하려면 이런 사건은 안 맡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황 후보자는 “이 사건은 법무법인에서 수임한 것으로 부적절한 변론을 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황 후보자가 정 회장 횡령 사건 당시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황 후보자가 이 사건의 선임계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전관예우 논란은 2013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위증’ 논란으로까지 비화됐다. 황 후보자는 법무장관 청문회 당시 변호사 시절 자신이 담당한 사건 101건에 대해 모두 선임계를 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황 후보자는 “제가 담당한 사건 중에서도 직접 변론하지 않은 사건은 다른 담당 변호사 이름으로 선임계를 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선임계가 빠진 게 없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전관예우 문제를 둘러싼 자료 제출 논란이 길어지면서, 이날 청문회에선 메르스 사태 수습 방안이나 경제 현안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정책 질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현재 법무장관직도 유지하고 있는 황 후보자는 ‘총리 낙마 시 장관직을 유지할 것인지’를 묻는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문에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그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정애 이세영 기자 hongbyul@hani.co.kr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황 후보자에게 병역문제 의혹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대법원 주심 맡은 사건 수임
전관예우 추궁 받자
“가끔 전화도 하고 만났지만
사건 관련 전화한 적은 없어” 또 이날 청문회에선 박원석 정의당 의원 등이 황 후보자가 2012년 법무법인 태평양에 재직할 당시 정아무개 청호나이스그룹 회장의 횡령 사건을 수임한 것을 대표적인 전관예우 의혹 사례로 꼽으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2심까지 유죄가 인정됐지만 황 후보자가 사건을 수임한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당시 이 사건을 심리한 주심은 김용덕 대법관으로, 황 후보자의 고교 동창이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기도 하다. 박 의원을 비롯해 우원식·홍종학 새정치연합 의원 등은 황 후보자와 김 대법관의 이런 ‘특수 관계’를 지적하며 “전관예우 오해를 기피하려면 이런 사건은 안 맡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황 후보자는 “이 사건은 법무법인에서 수임한 것으로 부적절한 변론을 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황 후보자가 정 회장 횡령 사건 당시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황 후보자가 이 사건의 선임계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전관예우 논란은 2013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위증’ 논란으로까지 비화됐다. 황 후보자는 법무장관 청문회 당시 변호사 시절 자신이 담당한 사건 101건에 대해 모두 선임계를 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황 후보자는 “제가 담당한 사건 중에서도 직접 변론하지 않은 사건은 다른 담당 변호사 이름으로 선임계를 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선임계가 빠진 게 없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전관예우 문제를 둘러싼 자료 제출 논란이 길어지면서, 이날 청문회에선 메르스 사태 수습 방안이나 경제 현안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정책 질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현재 법무장관직도 유지하고 있는 황 후보자는 ‘총리 낙마 시 장관직을 유지할 것인지’를 묻는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문에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그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정애 이세영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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