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오후에는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했다. 과천/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정치적 편향성
“법률가 양심”까지 거론하면서
원세훈 불구속 기소 이끌어
수사강행 채동욱 감찰 지시도
박대통령 “법무장관 할일 한 것”
“법률가 양심”까지 거론하면서
원세훈 불구속 기소 이끌어
수사강행 채동욱 감찰 지시도
박대통령 “법무장관 할일 한 것”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내외적 여건이 좋지 않음을 설명하며 “이럴 때 우리는 사회분열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더욱 굳건히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과 ‘체제 수호’를 앞세운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청와대가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동의안을 국회로 보내면서 시작된 본격적인 검증정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황 후보자 임명 자체가 ‘통합’이나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에 정면으로 역행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황 후보자가 과거 공안검사로서 보여줬던 가치관이나 철학이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가 법무 행정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보여줬던 정치적 편향성 역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와 거리가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가기관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지적받고 있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때 보여준 황 후보자의 처신이 정치적 편향성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13년 6월 당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특별수사팀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의견을 밝히자, 당시 법무장관이던 황 후보자는 “법률가의 양심”을 거론하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검찰 수뇌부와 법무장관이 ‘법리 검토’를 빌미로 줄다리기를 하자 수사팀은 결국 ‘절충안’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선거법은 적용하되 원 전 원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은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죄가 인정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법원은 황 후보자가 아닌 수사팀의 판단대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선거법 위반 행위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황 후보자는 당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에 의지를 보이며 밀어붙였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낙마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혼외자 의혹’이 불거진 뒤 채 전 총장이 완강하게 버티자 직접 검찰총장에 대한 초유의 감사 지시를 내렸다. 청와대와 교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당시 수사를 억누르려는 황 후보자의 행태는 담당 수사팀장의 입을 통해서도 ‘폭로’됐다. 채 전 총장 낙마 뒤 법무부,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은 윤석열 전 수사팀장은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 나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을 적용하는 문제로 법무부를 설득하는 데 2주 이상 걸리는 등 수사 방해만 받았다”고 증언했다. 윤 전 팀장은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던 것이 황교안 장관과 관련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황 장관이) 무관하지 않다”고도 밝히기도 했다. 황 후보자의 ‘개입’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윤 전 팀장 등 수사팀에 속했던 검사들이 이후 인사에서 줄줄이 좌천당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황 후보자의 이런 수사 개입에 대해 당시에도 검찰 내부의 반발과 야당의 사퇴 촉구가 이어졌지만, 그때도 박 대통령은 여야대표 회담 등 공식석상에서 “장관이 감찰권 행사한 것은 잘한 일”,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일을 한 것”이라며 그를 감싼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대선 때 국민의 50% 가까이 박 대통령의 반대편을 찍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국민통합 차원에서도 매우 예민할 수밖에 없다. 야당이나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그 사건에 노골적으로 개입해 수사를 방해한 인물을 버젓이 총리 후보자로 내세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석진환 노현웅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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