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 다닐 때 같은 반 동창
참여정부때 황 사표 내려 하자
이 원내대표가 만류하기도
“지명뒤 황후보자 전화 걸어와”
참여정부때 황 사표 내려 하자
이 원내대표가 만류하기도
“지명뒤 황후보자 전화 걸어와”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21일 오전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에게 인사를 겸한 전화를 걸었다. 이 원내대표가 “김기춘의 아바타라고 하는 분을 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은 국민과 야당을 무시한 것”이라며 황 후보자에게 직격탄을 퍼부은 직후였다. 이 원내대표는 총리 인사가 발표되자 기자들에게 “공안 중심의 총리가 들어서면 강압과 공안통치를 통해 국민을 협박하는 불소통, 불통합의 정치를 할 것이다. 국민을 위해 분연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기고 동창생인 두 사람은 40년 지기다. 고교 시절 같은 반이었고 성균관대도 잠시 함께 다녔다. 법조인이 된 뒤엔 ‘공안검사와 민변 소속 변호사’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우정을 이어왔다. 이 원내대표는 황 후보자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착하고 자기성찰적 신앙을 중심으로 사는 친구”라고 평하기도 한다. 참여정부의 천정배 법무장관 시절 황 후보자가 검사장 승진에서 밀려나 한때 사표 제출을 고민할 때,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천 장관과 가까운 사이이던 이 원내대표가 “조금 기다리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권유해 사표 제출을 접었다고도 한다. 황 후보자는 이 원내대표에게 두고두고 고마움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제 ‘부적격 낙인’을 찍고 낙마를 벼르고 있는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과 ‘송곳 검증대’에 오른 총리 후보자로 맞닥뜨리게 됐다. 이 원내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황 후보자가 전화를 걸어왔기에 ‘앞으로 신나게 두들길 거다. 야당 원내대표로 공사를 구별해 엄정하게 검증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며 “고교 시절 (같은 경기고 동기동창인) 노회찬과 나는 ‘독재타도’ 유인물 뿌리는 문제학생이었는데 황교안은 모범생이었다. 그때부터 가는 길이 달랐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는 ‘김기춘 시즌2’다. 엄중한 상황이므로 청문회에서 강력하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사법연수원 시절 황 후보자의 강의를 들은 인연이 있다. 그러나 이 원내대변인 역시 국회 브리핑에서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국민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준 인사”라고 공과사를 구별해 혹평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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