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가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당대표 경선자금 1억2천만원은 쓰고 남은 국회 대책비를 모아 집사람이 대여금고에 관리했던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자신의 ‘무죄’를 밝혀줄 아내의 비자금 출처로 자신이 2008년 원내대표 시절 쓰던 ‘국회 대책비’(특수활동비)를 꼽아 이 돈의 용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 지사는 11일 기자회견에서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매달 국회 대책비로 나온 4000만~5000만원 중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줬고 집사람이 이를 비자금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홍 지사가 언급한 국회 대책비는 국회사무처가 국회 운영위원장에게 매달 지급하는 의정활동 지원비와 위원회 운영지원비로 일종의 ‘특수활동비’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운영위원장은 이 돈을 의정활동은 물론 경조사비와 각종 격려금 등으로 쓰며, 상임위 간사와 원내 부대표단 등에도 배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상임위원장은 매달 이런 활동비가 1000만~2000만원 정도지만, 여당 원내대표가 겸임하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4000만~5000만원에 이른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운영위원장은 각 위원장을 총괄하는 대표성을 지니고, 국회 일정 전반을 담당하는 등 국회 운영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활동비가 일반 상임위원장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돈이 ‘깜깜이 예산’이라는 점이다.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별도의 증빙이 필요하지 않은데다 국회가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탓에 활동비 규모와 지출 사항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이날 “운영위원장의 활동비와 관련한 사항은 국회 특수활동비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는 의정활동 지원비에 41억여원, 위원회 운영지원에 22억여원 등 63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횡령’ 의혹이 제기되자, 홍 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다시 글을 올려 “국회 대책비 중에는 국회 운영위원장으로서의 직책수당 성격의 돈이 있다”며 “직책수당 성격의 돈 중 일부를 집사람에게 가끔 모자란 생활비로 주었다는 것이지 국회 대책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많은 전임 여당 원내대표들은 4000만~5000만원의 활동비도 부족하다고 말해 왔다는 증언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많은 원내대표들이 활동비 부족을 호소해 왔다”며 “야당에도 활동비를 지원하고 원내대표단 등도 챙겨야 하는 원내대표로서 활동비를 남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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