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저축은행 비리 사건’ 판결
‘돈 준 사람 진술 인정 여부’에 갈려
이번에도 유·무죄 가를 중요 기준
홍준표 경남지사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8일 오전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홍준표 경남지사가 곧 기소되면 ‘공’을 넘겨받은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검찰이 ‘중간 전달자’인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과 주변 정황증거를 얼마나 꼼꼼히 맞추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법정에서 홍 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될지 여부는 간단히 말해 윤씨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느냐에 달렸다. 대법원 판례는 당사자가 금품 수수를 부인하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물증이 없을 때는 △진술 내용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등을 봐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윤씨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 지사를 만나 보좌관에게 직접 쇼핑백을 건넸다며 당시 상황을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저축은행 비리 사건’과 비교해볼 수 있다. 검찰은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7년 10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3억원을 건네받고, 같은 당 정두언 의원이 이 과정에서 공모했다며 2012년 9월 두 사람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돈을 줬다는 한 사람의 진술로 나란히 기소됐지만, 두 사람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 전 의원에겐 유죄, 정 의원에겐 무죄가 선고됐다.
이 전 의원은, 임 회장이 ‘이명박 후보를 돕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정 의원의 소개로 국회부의장실에서 그를 만난 사실을 한결같이 진술한 점이 인정돼 징역 1년2월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임 회장이 비자금을 관리하던 직원에게 현금 3억원을 준비시킨 뒤 찾아간 점, 국회부의장실에서 대화를 나누던 상황, 3억원을 정 의원의 수행비서에게 전달하는 상황, 이후 이 전 의원과 식사를 하거나 부탁했던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는 하급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임 회장의 진술이 비자금 관리 직원과 수행비서 등 관련자들의 진술과 통화내역 등 객관적 자료와 부합한다는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반면 정 의원은 유·무죄 판단이 엇갈리다가, 결국 임 회장이 돈을 건넬 당시 정 의원의 행적에 대해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무죄가 확정됐다.
임 회장은 애초 검찰 조사에서는 국회 주차장에서 돈이 든 상자를 차량으로 옮길 당시 정 의원이 차에 타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대질조사 뒤엔 정 의원이 차 안에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대법원은 “임 회장이 부의장실을 떠난 뒤부터 정 의원의 행적을 알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정 의원은 부의장실에서 나온 뒤 동행한 사실이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결국 ‘공여자’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홍 지사에게 유죄가 인정되려면 윤씨의 전체 진술에서 말바꾸기나 허점이 없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주변 정황증거들도 그런 진술과 맞아떨어져야 한다.
한 부장판사는 “형사사건에서는 유죄로 보이는 정황이 많아도 한 가지라도 의심스러우면 무죄로 갈 수밖에 없다. 검찰이 진술을 뒷받침하는 보강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유·무죄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판사도 “이 사건의 경우 가장 중요한 건 전달자의 진술이 얼마나 구체적이냐이며, 관련자들의 진술이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는지도 중요하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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