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서 있는 사람)이 정청래 최고위원(맨 오른쪽)과 거친 말싸움 벌이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집단적 공황 상태’ 빠져들어
8일 최고위원회 내분으로 당내 불만 폭발 일보직전
“콩가루 이어 ‘놀고 있네’ 비아냥까지 받게돼” 개탄
8일 최고위원회 내분으로 당내 불만 폭발 일보직전
“콩가루 이어 ‘놀고 있네’ 비아냥까지 받게돼” 개탄
“4·29 재보선 이후 문재인 대표가 도대체 한 일이 뭐냐. 뻔히 예상되는 당내 갈등 재연을 막기 위해 뭘 했나. 패배 책임론도 그렇다. 지도부가 물러나지 않으면 전략홍보본부장, 사무총장, 비서실장 등 당직자들이라도 책임지고 물러났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역 당원이 ‘문패-정최저-유봄’이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선거만 하면 지는 문재인 대표, 조경태 최고위원을 최저위원이라고 비난하다가 이제 자신이 최저위원처럼 돼버린 정청래 최고위원, 최고위원회에서 노래나 부르는 유승희 최고위원이 다 한심하다는 것이다.”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이 집단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9일과 10일 새정치민주연합 수도권 의원 4~5명에게 진단과 처방을 들어보았다. 의원들은 유승희 최고위원이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를 부른 사건을 가장 많이 얘기했다. 한 의원은 “노래를 부른 것도 문제지만 선곡이 기가 막히다. ‘집권이 아니라 국회의원이 목표인 사람들은 지금이 봄날’이라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콩가루라는 비판에 이어 이제는 ‘놀고 있네’라는 비아냥까지 받게 됐다”며 “창피해서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의 원인에 대해 의원들은 대체로 문재인 대표의 정치적 미숙함과 리더십 부재를 지적했다. 한 의원은 “지난 6일 정부가 세월호 시행령을 의결하고 새누리당은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강행처리했다. 의원총회에서 이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도 문재인 대표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합의 파기에 대해서만 얘기했다”고 지적했다. 역사적 사안과 야당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는 비난이다.
다른 의원은 “호남과 수도권의 전통적인 지지자들이 돌아서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박근혜 정권과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재인 대표에게는 지금 동교동계를 비롯한 당내 갈등 요인을 조정하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의원은 “초선 국회의원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다. 문재인 대표의 정치참모 그룹이 도대체 있기는 한거냐. 당대표가 집에서 연설문이나 고치고 있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해법이 뭘까? 의원들은 최근 문재인 대표에게 사실상 사퇴를 종용하는듯한 동교동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 사람들은 그런 얘기를 할 자격이 없다”고 거부감을 보였다. 결국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재인 대표와 새로 선출된 이종걸 원내대표가 정치 기획과 리더십으로 정면돌파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나 한 의원은 “당이 이 지경에 처한 데는 매너리즘에 빠진 의원들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의원들이 집단으로 나서서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