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0일 오전 경남도청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4.30)
취재진에게 반론 펼치던 기존 입장 바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후 홍준표 경남지사가 아침 출근길에 취재진과 잠시 만나 묻고 답하는 것조차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로 불거진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사실상 언론 취재를 거부한 것이다.
홍준표 지사는 4일 오전 출근 도중 경남도청 현관에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아침마다 이렇게 안했으면 좋겠어요. 이게 무슨 짓입니까? 3주째.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데,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면 여러분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참나. 아침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여러분들 피해서 뒷문으로 출근할 수도 없고. 해도해도 너무하네”라며 짜증을 냈다. 더이상 아침 출근길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10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자, 홍 지사는 그날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를 찾아와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명한 이후 언론 접촉을 피해왔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매일 아침 출근하는 홍 지사를 상대로 경남도청 현관에서 2층 도지사실까지 10여m를 따라 걸어가며 질문하고 있다.
그동안 홍 지사 역시 기자들의 반복되는 질문에 귀찮아하면서도 이 기회를 통해 자신의 반론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는 믿을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증거가 될 수 없다”거나 “성 회장의 메모는 반대 심문권이 보장되지 않아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모두 이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홍 지사가 출근길 취재마저 거부함으로써, 이젠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내보내기만할 뿐 언론의 질문에 답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홍 지사의 정장수 비서실장도 경남도 출입기자단에 “그동안 지사님께서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최대한 언론 취재에 협조해왔습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무한정 언론인 여러분의 취재에 응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출근길을 가로막고 벌어지는 경쟁적인 취재를 자제해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필요한 사항이나 언론의 확인 요청에 대해서는 제가 지사님의 말씀을 받아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하태봉 경남도 공보관도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게 “오늘 정장수 비서실장께서 지사님 출근시 취재 자제 협조요청을 드렸듯이, 다시 한번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휴대전화 문자를 보냈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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