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친박권력형비리게이트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8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친박게이트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김관영, 이춘석, 최민희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특사 자체는 통치행위라 수사 못해”
“주변인물 로비는 조사 가능”
단서 있어야…표적수사 논란 우려도
특별수사팀은 “결론 정하지 않아”
“주변인물 로비는 조사 가능”
단서 있어야…표적수사 논란 우려도
특별수사팀은 “결론 정하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두차례에 걸친 사면을 “법치의 훼손”으로 규정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검찰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논란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검찰 내부 분위기는 박 대통령의 ‘의지’와는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특별사면도 수사의 주요 테마로 삼았으면 한다는 메시지로 들린다. 하지만 대통령의 사면권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고도의 통치행위여서 그 자체는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 한 검찰 간부는 “사면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어서 그 행위 자체는 수사가 불가능하다. (대통령을 상대로) 고소·고발이 들어온다면 법률적으로는 각하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정쟁에서나 사용할 이야기를 대통령이 진지하게 말하다니 뜻밖이다”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1차로 사면받은 2005년의 경우 2002년 대선 및 지방선거와 관련해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가 처벌받은 기업인들을 모두 사면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과 같이 당시 자유민주연합에 16억원을 제공한 성 전 회장의 사면 배경을 수사하려면, 이회창 후보 쪽에 340억원, 노무현 후보 쪽에 30억원을 준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이 후보 쪽에 이른바 ‘차떼기’로 150억원을 건넨 강유식 엘지그룹 부회장, 역시 이 후보 쪽에 100억원을 제공한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이 사면받은 배경도 함께 수사해야 할 판국이다.
물론 사면 대상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 주변인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사면 로비 대가로 돈을 받으면 뇌물죄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이 평소 ‘관리’ 차원에서 정치권에 돈을 건넸다가 나중에 사면을 부탁했다면 대가성 입증이 쉽지 않다. 2006년 신정아씨가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쪽에서 사면 청탁과 함께 건넨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증거 부족으로 무죄가 났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아무리 대통령이 수사하라고 해도 단서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가 된 사면 시기가 2005, 2007년인데 (불법행위가 있었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면 수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수액에 따라 공소시효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뇌물죄는 7년, 알선수재죄는 5년이다.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기 전 자기 입으로 말한 ‘리스트 8인’의 혐의 입증도 다수가 어려운 상황인데, 그의 말조차 없는 상태에서 사면 청탁의 대가성을 따지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2007년 특별사면의 결정권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인이 됐다.
또 작은 단서도 없이 막연히 ‘수상하다’는 이유로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수사권 남용이다. 그 자체로 표적수사 시비를 부를 뿐 아니라, 뚜렷한 범죄 단서가 없는데 법원이 수사에 필요한 압수수색영장 등을 발부해줄지도 의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런 점들을 이유로 박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한 고위 간부는 “재보선을 앞두고 본인 생각을 밝힌 게 아닌가 싶다.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면 굳이 대국민 메시지로 할 게 아니라 바로 법무부를 통해 지시하면 됐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을 검찰이 마냥 무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사면이 현 단계에서 수사 대상인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프로세스(절차)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수사팀은 난감해진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이번 수사는 리스트에 기초한 수사다. 그러나 (거기에) 한정된 수사는 아니다”라며 원론적 대답만 했다. 한편에서는 “수사 대상을 한정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힌 수사팀이 성 전 회장 측근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면 로비에 관한 진술도 모으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경미 서영지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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