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팀 직원들이 4월15일 저녁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경남기업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이 든 상자를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경남기업이 1차 압수수색 직전 증거자료를 대거 지하창고나 직원의 집 등지로 빼돌리고 파쇄한 정황이 드러났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일정표도 조직적으로 은폐됐던 것으로 확인돼, 검찰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증거들 중에 금품 로비 의혹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게를 얻고 있다.
■ 지하창고에서 파쇄
26일 특별수사팀과 경남기업 쪽 설명을 종합하면, 첫 증거인멸은 지난달 18일 검찰의 첫 압수수색 당일 새벽 이뤄졌다. 이용기 경남기업 부장은 이날 오전 6시30분께 성 전 회장 비서에게 전화해 “회장님 자료 치우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도 비서에게 전화해 비슷한 지시를 했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성 전 회장 비서는 출근하자마자 A4용지 박스 절반 정도에 회장실 내부 서류를 담았다. 다이어리, 성 전 회장이 직접 작성한 메모, 1~3월 일정표, 횡령 관련 재무제표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들은 지하창고로 옮겨졌다. 이곳에는 파쇄기가 있어 많은 자료가 폐기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검찰은 성 전 회장의 3개월간 일정표는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가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한 18일 저녁, 창고로 옮겨져 있던 자료는 성 전 회장 지시에 따라 다시 빼돌려졌다.
■ 장롱에서 은닉 자료 발견
첫 압수수색 이후 경남기업에서는 매일 저녁 수사에 대한 대책회의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이 검찰에 가서 받은 조사 내용이 엑셀파일로 정리됐다고 한다. 조사받으러 가기 전에도 어떻게 대응하고 진술해야 하는지 회사 차원에서 교육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치밀한 대책회의 끝에 성 전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또 한번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보고 있다.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꺼진 상태에서 전 직원이 동원되다시피 했다고 한다. 이때 빼돌려진 서류 뭉치들은 트럭째 외부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빼돌려진 자료 중 성 전 회장의 계열사 대여금과 관련된 내용이 자금팀 과장 황아무개씨 집 장롱에서 발견됐는데, 검찰은 이런 점으로 미뤄 중요 증거자료가 아직도 은닉돼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은닉된 증거가 지금도 장소를 바꿔가며 숨겨지고 있을 것이다. 증거인멸이 진행중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두차례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박 전 상무는 ‘1차 인멸에는 참여했지만 2차 인멸은 성 전 회장의 지시를 직원들에게 단순 전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부장은 “두번의 증거인멸 모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원철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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