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을 둘러싼 여야 공방 속에 검찰이 사면 로비 의혹에 손을 댈지 주목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정치자금을 모두 수사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어 정치자금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에 있는 정치인 8명의 금품수수 여부 확인에 힘을 쏟고 있는 특별수사팀은 확전에 선을 긋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성 전 회장은 특별사면을 두번 받았는데, 이 중 발표 당일 그의 이름이 포함된 2007년 12월31일 두번째 사면이 논란 대상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가운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0일 국회에 나와 “사면 로비와 관련해 문제가 발견되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당시 사면에 대한 사실 확인 작업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이 ‘펌프질’을 하고 법무부가 어느 정도 호응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서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기 바란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과도 맞물려 친박에 쏠린 수사의 전선이 야당 쪽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수사 확대를 주문하는 목소리에 불편함 심경을 내비치고 있다. 수사팀은 17일 <조선일보>가 ‘성 전 회장이 여야 유력 정치인 14명에게 불법 자금을 제공한 내역이 담긴 로비 장부가 나왔다. 야권도 수사할 것’이라고 보도하자 “보도로 여러 정치적 해석들이 난무하게 됐다.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고 수사팀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한 바 있다.
수사팀은 ‘8인 리스트’의 내용을 확인하는 데도 ‘시간적·물리적 한계가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수사팀은 아직 성 전 회장의 로비 장부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불법 정치자금이든 사면 로비든 장부를 비롯해 유의미한 단서가 확보돼야 수사의 명분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나간다는 것 자체가 수사가 잘 안 풀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집권세력 쪽이 수사 확대를 공공연히 주문하는 듯한 상황은 정치권뿐 아니라 검찰과 법무부 간, 검찰 내부 갈등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원철 정환봉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