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MB쪽 말 달라
검찰, 수사 확대엔 선그어
검찰, 수사 확대엔 선그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특별사면을 둘러싸고 로비가 있었을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면로비 의혹 수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정치자금을 모두 수사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어 정치자금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정치인들의 금품수수여부 확인에 힘을 모으고 있는 수사팀은 확전에 선을 긋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성 전 회장은 특별사면을 두번 받았는데 2007년 12월31일 이뤄진 두번째 특별사면의 경우 이례적으로 발표 당일 아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황상 로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여권은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진 초기부터 참여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특별사면 로비에 대한 수사를 촉구해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두번째 사면은 법무부가 강력하게 불가 의견을 피력했는데도 청와대가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20일 “단초가 있으면 (특별사면 로비 의혹을) 수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쪽 인사들은 ‘이명박 당선인쪽 부탁으로 두번째 사면명단에 포함됐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쪽 인사들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하는 등 말이 엇갈리고 있다. 법무부가 참여정부 때 이뤄진 특별사면 관련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이를 토대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야당 정치자금도 수사하라는 주문 역시 여권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 회의를 주재하면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의혹에 대해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검찰은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해 주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20일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두 ‘여야의 정치자금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페루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수사확대를 주문하는 목소리에 불편함 심경을 내비치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 17일 <조선일보>가 ‘성 전 회장이 여야 유력 정치인 14명에게 불법 자금을 제공한 내역이 담긴 로비 장부가 나왔다. 야권도 수사할 것’이라고 보도하자 “보도로 여러 정치적 해석들이 난무하게 됐다.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고 수사팀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실제로 수사팀은 현재 불거진 리스트 내용을 확인하는 데에도 ‘시간적·물리적 한계가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수사팀은 아직 성 전 회장의 로비장부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이든 사면 로비든 성 전 회장의 로비 장부를 찾아야 수사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나간다는 것 자체가 수사가 잘 안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사면도 구체적인 로비 정황이 나와야 수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21일 성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내역이 담긴 장부를 찾기 위해 성 전 회장의 서울 청담동 자택 등 13곳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김원철 정환봉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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