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최측근 박 전 상무 21일 소환
특별수사팀, 비자금 용처 규명에 초점
‘돈 전달’ 윤 전 부사장도 곧 소환
특별수사팀, 비자금 용처 규명에 초점
‘돈 전달’ 윤 전 부사장도 곧 소환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21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최측근인 박아무개 전 상무를 소환조사한다고 20일 밝히면서, 리스트 수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박 전 상무 소환은 방대한 압수물 분석이 대체로 끝나, 우선 수사 대상인 이완구 국무총리나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본격 조사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날(8일) 행적을 소상히 알고 있는 인물이다. 특별수사팀은 그날 밤 대책회의 등에 참석한 박 전 상무가 성 전 회장의 당일 행적을 상당 부분 진술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박 전 상무는 6일 성 전 회장, 또다른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인 이아무개 비서실장과 함께 윤아무개 전 부사장의 병실도 방문했다. 당시 성 전 회장 등은 윤 전 부사장이 2011년 6월께 한나라당 대표 경선자금으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건넸다는 1억원의 전달 경위를 ‘복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회장은 홍 지사 캠프에도 참여했던 윤 전 부사장의 제안으로 그를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 전 상무 조사 뒤 윤 전 부사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그다음은 홍 지사 소환이 유력하다.
박 전 상무는 이뿐 아니라 성 전 회장의 금품 로비에 대해 광범위한 내용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인물이다. 그는 그동안 <한겨레> 기자에게 금품 로비 전반을 알지는 못한다면서도 “임직원들에게 검찰에 나가 알고 있는 대로 진술하자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특별수사팀은 이날 경남기업 재무·회계 담당 실무진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숨진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와 이완구 국무총리 등에게 전달했다는 불법자금 ‘저수지’로 비자금 32억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장전도금으로 처리한 뒤 빼낸 것으로 알려진 이 32억원은 애초 경남기업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포착한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전임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우리는 수사 방향이 다르다”고 했다. 특수1부가 성 전 회장의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이 돈의 ‘입구’를 확인·입증하는 데 주력했다면, 특별수사팀은 32억원의 사용처, 즉 ‘출구’를 파악하는 데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수사팀은 또 리스트에 나오는 정치권 인사들이 경남기업 직원들을 회유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정황을 포착하고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수사팀은 최근 압수수색한 성 전 회장 측근 11명의 휴대전화와 전자우편을 분석한 결과, 평소 접촉하지 않던 전화번호를 통해 자주 연락이 온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접촉 시도는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은 9일 이후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팀은 경남기업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및 각종 디지털 증거자료 삭제 시도와 관련해 19일 경남기업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이동통신사 기지국 조회와 해당 지역 폐회로텔레비전 분석, 경남기업 관계자 소환조사를 통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사람을 찾아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이 총리의 불법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 파악에도 주력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상상하기 어려운 색다른 방식으로 당시 상황을 복원·재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폐회로텔레비전 확인, 계좌추적, 휴대전화 통화내역 분석 등 일반적인 수사기법을 뛰어넘는 첨단 기법을 동원해 수사가 이뤄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말로 들린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성 전 회장과 이 총리의 동선은 이미 파악했다고 봐야 하며, 결국 중요한 것은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디테일’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박태우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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