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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총리 “더 열심히 국정하겠다”…야당 “주말중 거취 결정해야”

등록 2015-04-17 20:05수정 2015-04-18 10:06

국정대행 첫날 간부회의 주재
야당, 다음주 해임건의 뜻 비쳐

“대통령, 읍참마속 결단할수도”
여당도 시한부 총리 기정사실화
‘성완종 리스트’로 경질 위기에 내몰린 이완구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완종 리스트’로 경질 위기에 내몰린 이완구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완종 리스트로 ‘시한부’ 기로에 선 이완구 국무총리의 17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은 평소 같지 않았다. 평소 씩씩한 걸음에 큰 눈을 부라리고 주먹을 흔들며 자주 웃음짓던 그였다. 하지만 나흘 동안의 대정부질문(13~16일)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집중 추궁받은 뒤 처음 모습을 드러낸 그의 몸은 부쩍 무거워 보였다.

기자들 앞에 선 그는 “대통령께서 어제 출국하셨습니다. 국정이 한치 흔들림 없이, 빈틈없이”라고 운을 뗐다. 하지만 멍한 표정으로 잠깐 침묵에 빠진 그는 5초 뒤에야 말을 이어갔다. “총리가 (내각을) 통할하는 책무, 느낌이 있어요. 대통령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습니다.”

국정 2인자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외국 순방 기간 더 열심히 책무를 다하겠다는 다짐을 밝힌 것이지만, 한편에선 공허한 포부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박 대통령은 그의 거취에 대해 “(중남미 순방을) 다녀온 뒤 결정하겠다”고 했고, 여당 일각에선 “순방 기간 동안 상황 반전이 없으면 교체하겠다는 뜻”이라는 풀이를 내놨다.

이 총리는 이날 외부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총리실에서 1급 이상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부서별 주요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간부회의는 정홍원 전 총리 때는 매주 월요일 정례적으로 열렸지만, 이 총리 취임 뒤 “형식적 회의는 않겠다”며 거의 열지 않았던 자리다. 이 총리는 회의에서 “나흘 동안 대정부질문 준비하고 대응하느라 직원들이 고생했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은 채, “흔들림 없이 가자. 잘하자”고만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간부회의에서 총리 태도나 분위기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총리는 “대통령 순방 기간 현안을 빈틈없이 점검해달라”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대책을 철저하게 챙겨달라”고 말했다. 또 “다음주부터 4월 임시국회 상임위가 시작되는 만큼 경제활성화 법안과 민생 법안 등 입법사항을 점검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총리 본인이 스스로 국정 추진력 상실을 절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당하고는 제가 말씀드리지 않는 게 예의 같다. 당 쪽에는 가급적 말씀 안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당과의 협의가 없었다는 얘기지만, 이후 국정운영과 관련해서도 당정 협의 채널이 정상 가동되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와 이 총리,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석하는 고위 당정청 회의를 당분간 중단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힌 상태다. 이 총리는 이날 점심 식사도 외부로 나가지 않고 청사 내에서 간부들과 함께 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 총리를 ‘곧 물러날 총리’로 기정사실화하는 기류가 짙다. 김영우 대변인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어떠한 조치도 감수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읍참마속의 결단도 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자진사퇴를 한층 거세게 압박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는 게 가장 박근혜 대통령께도 부담이 적고 본인도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며 “그럼에도 계속 결단하지 않는다면 우리 당으로서는 해임건의안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병헌 친박권력형비리게이트 대책위원장은 “이 총리는 주말 중에 거취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다음주께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총리는 대통령 순방 기간 세종시가 아닌 서울에 머문다. 19일부터는 4·19 혁명 기념식을 시작으로 각종 외부 행사에 참석한다. 하지만 추가 의혹이 제기되거나 검찰 수사 진전 여부에 따라선 순방 중에라도 총리직 수행이 불가능한 시점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박 대통령도 결단의 순간을 앞당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외현 황준범 이정애 기자 oscar@hani.co.kr

[관련영상] 이완구와 홍준표, 검찰의 선택은? / 법조예능-불타는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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