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위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려고 의사당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완구 국무총리가 16일 거센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물러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을 위해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인한 정치권 일각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 “전혀 흔들림없이 국정을 수행하겠다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전날 대정부질문 답변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사퇴요구를 일축하면서 총리로서의 직무를 수행해 나갈 것임을 역설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이 총리에 대해 사퇴를 요구하던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임요구안 제출도 검토하겠다고 압박수위를 높였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총리는 대통령 순방 기간 세종시가 아닌 서울에 머무르며 총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이 기간 일정도 빼곡하게 잡아놨다. 19일 4·19 혁명 기념식, 20일 장애인의 날 행사, 21일 과학의 날·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 각각 참석하고, 22일에는 사우디 석유부 장관도 접견하는 일정이 잡혀있다. 이 총리가 세월호 참사 1주년인 이날 경기도 안산의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전격적으로 찾은 것 역시 총리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총리는 이미 3천만원 수수 의혹에다가 대정부질문 답변과정에서의 잇단 말바꾸기로 인한 ‘거짓말 논란’ 등으로 적지않은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정상적으로 총리직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이 총리는 향후 12일간 대통령을 대신해 내치를 수행해야 하는데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고, 정치권 일각으로부터 사퇴압박을 받으며 ‘식물총리’로까지 불리며 위상이 추락한 마당에 제대로 내각을 지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 총리는 당장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게될 처지여서 ‘수사 대상’이 수사상황을 보고받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날 교육·사회·문화 분야로 예정된 국회 마지막날 대정부질문마저도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공방에 휩쓸렸다. 이 총리는 거듭된 사퇴 요구에 “걱정하시는 말씀으로 받아들인다”며 표정이 굳어졌고, 야당 의원석에서는 “물러나라” 등 고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거짓말 의혹과 관련해 이 총리를 몰아붙였다. 유 의원은 “(이 총리의) 답변을 보면 증거될 만한 내용이 나오면 말을 자꾸 바꾼다”고 지적했고, 이 총리는 “짧은 시간 내 답변 내용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고 큰 틀에서 거짓말은 없다”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이미 국민은 총리로서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사퇴를 거듭 주장했지만 이 총리는 “실체적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이 총리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으로 인한 국정운영 공백에 대한 우려에는 “대단히 미안하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관련영상] ‘비타3000’ 대통령은 몰랐을까? / 돌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