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2013년 12월 3일 당시 새누리당 세종시 지원 특위 위원장이었던 시절 의원 신분이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함께 정부세종청사 2단계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인 이기권 전 충남도당 대변인은 15일 “성 전 회장을 사지로 몰고간 배후세력,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돈 전달 문제가 이슈가 돼 있지만, 유가족과 저희들 입장에서는 성 전 회장이 억울하게 돌아가신 부분, 그렇게 사지로 몰고간 배후세력이 있었는지, 누구였는지가 가장 궁금한 사항”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전 대변인은 “서산장학재단과 조만간 회의를 거쳐 성 전 회장 죽음의 배후세력 존재 여부에 대해 확실히 밝혀달라고 검찰이나 다른 사법기관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변인은 자신이 의심하는 ‘배후’에 대해 “누구라고 특정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주변에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강한 서운함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은 사망 당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도 “솔직히 청와대하고 이완구하고 짝짜꿍해서 (수사) 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경남기업 수사의 배후로 이 총리를 지목한 바 있다. 이 전 대변인도 “성 전 회장이 ‘이완구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셨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3월22일 고인이 전화를 걸어와 여러 억울한 점을 말하길래 ‘국무총리란 자리가 개별사건을 알지 못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서 진행되기 때문에 억울하고 미흡한 점이 있으면 검찰에 가서 설명하라’는 원칙적인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 전 대변인은 또 <한겨레> 통화에서 이 총리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에 총리로서의 언행은 아니라고 본다”며 “수사팀에도 (이 총리의 발언이)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 전 회장님이 불과 며칠 전에 검찰 수사를 받다가 억울해서 목숨을 끊었는데 총리도 목숨 얘기를 하니 검찰은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변인은 지난 2월 이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이 총리가 성 전 회장 쪽에 요청해 충청 지역에 이 후보 지지 현수막 수천장이 걸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충청 쪽에선)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이라고만 말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총리는 14일 대정부질문에서 이 의혹에 대해 “특정인이 지시한다고 현수막 수천개가 걸릴 수 있는 세상이냐”고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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