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뒤)가 1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중 전화를 받으려고 회의장 밖으로 나가고 있다. 앞은 유승민 원내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완구 “돈 받은 증거 나오면 목숨 걸겠다” 사퇴 거부
‘성 전 회장, 2013년 재선 때 3000만원 줬다’ 녹취 공개
‘성 전 회장, 2013년 재선 때 3000만원 줬다’ 녹취 공개
14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3년 4월 재선거에 출마한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현금 3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새누리당 지도부가 “국무총리부터 수사하라”며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여당 지도부가 사실상 이완구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모양새다. 이완구 총리는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며 강경한 태도로 맞섰다.
새누리당은 이날 김무성 대표가 소집해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애초 성완종 전 회장 사망 당시 발견된 메모에서 이완구 총리는 구체적인 돈 액수 없이 이름만 등장했으나, 이날 ‘2013년 재선거’라는 시기와 ‘3000만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의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총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빨리 국무총리부터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해 “깊이 고민했지만,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그와 관련한) 입장은 정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상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만일 그런 일(자금 수수)이 있으면 본인(이 총리)이 거취 표명을 하셔야 할 것”이라면서도 “사실이 아니라면 그만둘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같은 당 이재오 의원은 이날 오후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남 개헌추진 국민연대 출범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총리를 겨냥해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이를 누가 믿겠느냐”며 “당장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야당은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비서실장의 동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광주 서구을 조영택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현직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이 피의자로 수사받는 일은 역사상 없었던 일로 두 사람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그게 박근혜 정권이 사는 길이다”라고 압박했다.
이완구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만약 제가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이 총리는 “한 분의 근거 없는 메모 내지 진술 한마디로 막중한 총리직을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말해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성완종 리스트 사건 파문과 관련해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인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를 조속한 시일 안에 소집하기로 합의했다.
김경욱 이승준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