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전 회장, 언론과 인터뷰서
“이병기, 얘기하면 물러날텐데…”
‘서 2억·유 3억’ 정황 나올지 관심
“이병기, 얘기하면 물러날텐데…”
‘서 2억·유 3억’ 정황 나올지 관심
‘성완종 리스트’ 등장인물 8명 가운데 현재까지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지 않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도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완구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등 돈이 건네진 구체적 정황이 나온 이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면서 잠시 ‘표적’에서 비켜나 있지만 이들에 대해서도 무엇이 튀어나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메모 형태의 리스트, 녹음파일에 이어 자신의 일정을 기록한 ‘일지’까지 남겼다. 이 일지에는 정치인, 관료들과 만난 시간, 장소까지 적혀 있다. 성 회장은 대선 직전인 2012년 11월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이병기 실장을, 6월21일 오전에 국회에서 유 시장을 만났다고 기록했다.
성 전 회장은 자금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증거’를 남겼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측근들과 만나 ‘훗날’에 대비한 정황도 포착된다. 검찰이 보관중인 휴대전화에서 ‘물증’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성 전 회장이 옛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 자금을 제공한 내역도 2004년 검찰 조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바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성 전 회장은 꼼꼼한 성격이다. 정치권에선 그래서 성 전 회장 돈 받으면 탈난다는 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병기 실장은 구체적인 액수가 특정되지 않았지만,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뭐, 얘기하면 그 사람(이병기 실장) 물러날 텐데… 죽기 때문에…”라며 말을 흐렸다. 뭔가 할 얘기가 있지만 않겠다는 뜻을 암시한 것으로 읽힌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리스트에 적힌 대로 성 전 회장으로부터 각각 2억, 3억원을 받았다면 대선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대선 때 서병수 시장은 조직과 자금 등 ‘보급품’을 담당한 당무조정본부장을 했고, 유정복 시장은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지난 대선 자금의 경우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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