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마친 뒤 국회로 가기 위해 청사를 나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금품수수 의혹 정면 반박
불명예 퇴진땐 정치생명 타격
“다른 의원도 받은걸로 안다
공개할수 있다” 으름장도
불명예 퇴진땐 정치생명 타격
“다른 의원도 받은걸로 안다
공개할수 있다” 으름장도
이완구 국무총리가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성완종 리스트’ 연루 의혹에 대한 의원들의 집중적인 추궁에 언성을 높여가며 초강경 태도로 방어했다. 이날 “2013년 재선거 때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증언이 추가로 공개된 상황에서 이 총리의 반발 강도는 전날보다 한층 높아졌다.
이 총리는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오전까지만 해도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한 푼도 받지 않았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하지만 오후 새누리당이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총리부터 수사받아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이 총리의 거취 문제도 심각하게 논의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뒤 더욱 강경해졌다.
이 총리는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만약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 총리는 “목숨과 바꾸겠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목숨까지 언급한 것은 총리로서 부적절한 태도”라고 말했다.
이 총리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한 치라도 물러서면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로 비쳐 개인의 정치생명이 끝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야당 주장처럼 검찰 수사를 위해 스스로 물러나더라도, 향후 검찰 수사가 단시일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아 어차피 총리직 재복귀는 물론 그 경우에도 정치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 총리로선 어떻게든 현직을 유지하면서 강하게 버티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는 얼굴까지 붉혔다. 권 의원이 “지난 2012년 12월 대선에서 유세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나중에 유세에 참여했다고 진술이 바뀌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이 총리는 말을 자르며 “함부로 말하지 말라. 대선에 관여한 적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 암투병 당시 사진을 꺼내 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때 야당 의석에서 이 총리를 향한 야유가 터져 나오며 본회의장이 술렁였다. 그러자 이 총리는 “내가 알기로는 다른 의원들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고, 공개할 수도 있다”며 야당에 으름장을 놓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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