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장례식이 열린 13일 오전 충남 서산시 석림동 서산중앙교회에서 장례예배가 끝난 뒤 운구 행렬이 장지로 향하고 있다. 서산/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특별수사 잘 될까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13일 공식 발족했다. 검찰 수뇌부는 이번 수사팀을 과거 몇차례 성공한 특임검사처럼 운용해 국민이 신뢰할 만한 결과를 내놓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김진태 검찰총장이 아예 세부적인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 수사팀의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해주지 않는 한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 라인’이 가동되면 수사 내용을 알 수밖에 없는 위치에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주요 인사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12일 특별수사팀 구성을 발표하면서 이 수사팀이 대검 반부패부의 지휘를 받고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전국 검찰은 김진태 총장을 정점으로 한 지휘·감독 체계를 갖고 있다. 중앙지검과 별도의 수사 지휘 체계라는 것 말고는 특별수사팀도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 주요 조사 대상자의 소환 여부 등 수사 일정과 절차 등을 대부분 대검에 보고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통상적인 사건 때와 같이 검찰총장이 수사 상황을 상세히 보고받아 법무부 장관에게 다시 보고하게 되면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돼 있는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 등이 검찰의 수사 상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파악할 수밖에 없다.
김기춘·허태열·이병기…
권력 핵심인사들이 수사대상 검찰총장에 수사내용 보고되면
법무부·청와대 민정수석실 통해
수사상황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검찰 내부 “수사 독립성 보장하려면
김진태 총장이 세부 보고 안 받겠다 해야”
통상 ‘대검찰청(반부패부)-법무부(검찰국 형사기획과장)-청와대(비서실)’로 이어지는 ‘보고 라인’을 타고 수사 상황이 보고되면 청와대에서 가장 먼저 수사 상황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우병우 민정수석 비서관이다. 그는 상급자인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 또 법무부는 이완구 총리의 통할 아래 있는 내각의 한 부처이기 때문에 총리가 파악하려 할 경우 보고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총리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성균관대 동문이기도 하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총리에게 수사 상황을 알려줄 수도 있다.
또 청와대에 보고된 사안은 정무수석 등 여당과 연결된 ‘핫라인’을 통해 새누리당 지휘부에 전파될 우려도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이 실장과 이 총리 말고도 ‘친박 핵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홍문종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은 모두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본부장급 이상 직책을 맡아 선거운동을 지휘했다.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물론 직전 비서실장인 김기춘 전 의원은 우병우 수석을 청와대에 데려왔고, 김진태 총장을 그 자리에 추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과거 ‘디도스 사건’ 때 친박 핵심 중 한 사람인 윤상현 의원이 검찰 수사 상황을 훤히 꿰고 있어 청와대 보고 내용을 전달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산 바 있다.
게다가 청와대는 앞서 여러 차례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논란을 자초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말 “그동안 만만회를 비롯해서 근거 없는 얘기들이 많았다” “근거 없는 일로 나라를 흔드는 일은 없어져야” 등의 발언을 통해 국정개입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결론부터 미리 제시한 것이다.
검찰도 이에 화답하듯 문건 유출을 중심으로 수사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경정) 등만 기소했다.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계기가 된 경남기업의 자원개발 비리 수사 역시 지난 3월12일 이완구 총리의 대국민 담화 직후에 개시됐다. 검찰 스스로 정치적 윗선과 절연한 독립적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실패해왔다는 뜻이다. 벌써부터 ‘특검 도입’ 주장이 요란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특별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검찰 관계자는 “실제 피의자가 될 수도 있는 인사들이 특별수사팀 수사 상황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면 나중에 그 결과를 국민이 신뢰하겠느냐”며 “김진태 총장이 ‘특별수사팀의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총장 자신과 수사팀의 부담을 덜고 이번 수사를 성공시키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특별수사팀이 2004년 대선자금 수사팀처럼 국민의 성원을 받을지, 과거 많은 특임검사·특별검사들처럼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을지 기로에 선 상황”이라고 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권력 핵심인사들이 수사대상 검찰총장에 수사내용 보고되면
법무부·청와대 민정수석실 통해
수사상황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검찰 내부 “수사 독립성 보장하려면
김진태 총장이 세부 보고 안 받겠다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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