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부 미묘한 변화
김 “당정청 생각 없다” 잘라
특검 도입도 “할 수 있다” 언명
당 일각 “어차피 거쳐야할 과정”
김 “당정청 생각 없다” 잘라
특검 도입도 “할 수 있다” 언명
당 일각 “어차피 거쳐야할 과정”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박근혜 정권 핵심부를 겨누면서 새누리당 내부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취임 뒤부터 줄곧 청와대와의 소통을 강조해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완구 국무총리,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른바 ‘당·정·청 회동’을 거부하고 나섰고,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며 필요한 경우 특별검사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에 따른 정권의 위기를 몇 번이나 지켜본 ‘비박’(비박근혜)계 중심의 여당 지도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무성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위 당정청 개최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성완종 전 회장이 목숨을 끊기 전 남긴 메모에 등장하는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만나면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이번 대형 악재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는 위기의식에서 박근혜 정권과의 선긋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 입장에선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 등을 거치며 ‘청와대에 줄곧 발목이 잡혀왔다’는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당·청을 분리함으로써 국정 주도권 상실의 정도를 최소화해야 할 필요성도 커진 상황이다.
김 대표는 특검 도입 여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검찰 수사 결과를 놓고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면 그때 가서 특검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특검에 대해선 입을 닫은 채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우선”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특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던 모습과는 일부 차이가 있다. 같은 당 유승민 원내대표도 이날 “우선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면서도 “특검도 피하지 않겠다”고 단계적 특검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사건으로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4·29 재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총선에서 여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재보선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박근혜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어차피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이날 대규모 모임을 열었다. 친박 의원들은 이번 사건의 파장을 고려해 한목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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