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뒷모습) 인사청문회에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사건에 대한 검찰 내부의 인식에 대한 보도 내용을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대법관 후보 청문회 ‘박종철 사건’ 공방
7일 국회에서 열린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사실상의 ‘박종철 청문회’였다. 청문위원들의 질의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박 후보자의 행적에 집중됐다. 야당 의원들은 고문사건 진상규명을 맡았던 박 후보자가 사건의 진상을 축소·은폐하는 데 동조 또는 방조·묵인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고, 여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는 당시 수사팀의 말단 검사로서 실질적으로 수사를 주도할 수 없었다”며 박 후보자를 적극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 후보자의 1987년 행적에 대해 “당시 고문에 의한 대학생 살인사건을 국가기관이 은폐했다는 사실과 공범을 알고 있으면서도 기소를 하지 않은 것은 비겁한 행동으로, 대법관 자격이 없다”며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도 “검찰 관계자 67%가 검찰 수사 가운데 가장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건이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조작 사건”이라며 “검찰이 1차, 2차도 모라자 3차까지 하는 수사가 흔한 일인가”라고 당시 박 후보자의 부실수사를 비판했다.
증인으로 나온 이부영 상임고문
“고문경관에 1억주고 은폐하려다 무산
당시 검찰팀에 전달 안될 수 없어…” 박 “독립적 수사 할 처지 아니었다”
여당 “검찰이 적극적 수사” 두둔 박종철 친형 “정의롭지 못한
검찰 때문에 지금 이런일 벌어져”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이부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도 당시 경찰청 대공수사단장과 간부들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조한경·강진규 등 두 경찰관에게 공범 3명을 은폐할 것을 주문하며 각각 1억원씩으로 회유하려다 무산된 일화를 거론하며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통해 이런 정황이 검찰 수사팀에 전달되지 않을 수 없다. 박 후보자도 경찰의 은폐·축소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상옥 후보자는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사건(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핵심은 경찰의 조직적인 사건 축소·은폐였다”며 “이를 밝히는 과정이 길고 힘들었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또 “상명하복 구조의 검찰 특성상 주임검사가 아닌 입장에서 지휘부의 지시가 없으면 별도의 독립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에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상부의 지시가 없어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분이 대법관이 되면 소신있게 재판을 할 수 있겠는가. 대법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재판의 독립”이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말을 바꾸기도 했다. 특히 박 후보자는 ‘당시 관계기관 대책회의 등으로부터 외압을 받았느냐’는 여당 의원의 질문에 “윗선으로부터 사건을 덮자는 지시나 권유를 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시 박 후보자와 함께 수사검사로 일한 안상수 창원시장은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그때 저는 외압을 느꼈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박 후보자를 엄호했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당시 검찰 문화와 시대상황을 고려할 때 박 후보자가 상부 지시 없이 단독으로 추가 수사를 할 수 있었는가”라고 말했고, 같은 당 김회선 의원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검찰의 2차에 걸친 재수사로 경찰의 축소·은폐를 적발한 사건”이라며 “인권보호 기관으로서 검찰 임무의 중요성을 보여줬다”고 오히려 박 후보자를 치켜세웠다.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박종철 열사의 친형인 박종부씨는 “오늘 청문회를 지켜보니 후보자와 일부 (여당) 의원들이 ‘(당시 수사는) 어쩔 수 없었다’,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 엄혹한 시기에도 목숨을 내걸고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교도관과 이부영 전 의원이 있었다”며 “정의롭지 못한 검찰 조직 때문에 지금 이같은 사건(박 후보자 인사청문회)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통해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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