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직후, 이정희 전 진보당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류우종 기자
10만 당원. 한 때는 여당보다 많은 ‘진성 당원’을 보유했던 통합진보당 조직은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과 함께 뿔뿔히 흩어졌다. 사실상 당을 내란음모를 꾸미던 곳으로 규정해 해산한 헌재 결정 이후 관망세를 유지하던 당원들은, 내란음모를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 뒤 명예회복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도부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움직임은 각 지역별로 서로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런 움직임이 헌재 결정 불복이라는 모양새로 비치면서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원들의 관심은 우선 4월 보궐선거에 가 있다. 보궐선거가 치러질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중원, 광주 서구을에서 출마를 통해 명예회복을 하자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크다.
서울 관악을과 당권파인 경기동부그룹의 중심지역인 경기 성남중원에서는 이미 느슨한 형태의 시민모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전 당원들이 중심이 된 정치적 목적의 결사체가 수도권에서 결성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외양적으로는 시민단체나 취미활동 동아리를 표방하고 있다. 수도권에 전체 당원 중 35%가 몰려 있어 이번 보궐선거에서 서울 관악을과 경기 성남중원에서 후보들의 출마할 경우 이 수도권 모임들이 대대적인 선거지원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부 수도권 모임에서는 4월 선거 출마보다는 진보정치 재편을 위한 조직정비가 우선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어, 조직적인 선거지원 여부는 설 연휴를 거치면서 주변의 민심을 들어보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관악을의 이상규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삼삼오오 모임을 갖고 있는 곳은 관악지역만 아니라 서울 지역 전체에 골고루 있는 것으로 안다. 김미희 의원 지역(경기 성남중원)도 마찬가지”며 “출마를 결정하면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분들이 꽤 있다. (출마여부는)설 연휴를 전후해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지역 또한 오병윤 전 의원의 출마고사에도 불구하고 당 차원에서 후보를 내 정당해산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을 받자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영·호남에서는 진보당이 해산 이후 무소속이 된 기초의원들이 주축이 돼 지역 정치조직을 꾸리고 있다.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던 울산 지역은 지난 26일 9명 기초의원들을 중심으로 ‘울산진보정치포럼’ 추진위를 결성했다. 옛 진보당 출신의 구청장, 의원 등 정치인들도 함께할 뜻을 밝힌 상태다. 호남에서도 기초의원 중심의 지역조직이 준비 중이다. 호남의 경우 아직 결성도 되지 않은 포럼에 지역당원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호남의 기초의원이 중심이 된 포럼이 향후 진보정당 재편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옛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영남과 호남은 다수의 기초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어서 이들을 중심으로 한 활동이 다른 지역보다 활발하다. 올 하반기가 되면 총선을 앞두고 당원들이 본격적으로 포럼 형태로 모이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하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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