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전쟁에서 군의 역할은 단순히 한반도 방위라는 본연의 임무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의 명령에 따라 군사기능을 수행하는 대리인에 만족하지 않는 하나의 권력으로서 파워집단이 될 것이다. 지난해 10월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6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기계화부대가 분열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토요판] 군사
전쟁관이 변한다
전쟁관이 변한다
▶ 제4세대 전쟁을 아시나요? 전쟁은 무기에 따라 1세대(창·활·칼 등), 2세대(총·포 등), 3세대(전투기·전차·잠수함 등)로 구분합니다. 3세대를 지나 지금은 기습·타격 등의 게릴라전과 해킹 등의 정보전, 통신교란 등 군사적·비군사적 수단을 총동원해 상대의 정치적 목적을 무력화하는 4세대 전쟁의 시대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군에서는 ‘4세대 전쟁 대비’란 미명 아래 좀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과 선거운동이 개시된 지난 5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5월12일에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김민석 대변인은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나라도 아니지 않으냐”며 “북한은 빨리 없어져야 할 나라다”라고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튿날 북한의 국방위원회 성명으로 “도발자들에 대한 ‘전민보복전’으로 죽탕을 치겠다(묵사발 만들겠다)”는 막말을 쏟아냈다. 바로 이날 국방부에서는 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오후 2시에 대강당에서 합동참모본부(합참) 주최의 ‘합동성 강화 대토론회’가 개최되었는데 비문이 아닌 평문으로 작성된 토론회 자료집이 출입 기자들 손에 들어간 것. 아무나 집어가도록 아예 강당 앞에 자료집을 비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유사시 북한에서 ‘안정화작전’과 함께 불안을 조성하기 위한 ‘분란전’을 준비한다는 민감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전직 국방장관이 대변인에게 “말조심하라”
다음날인 14일에는 한 예비역 준장으로 하여금 국방부 출입 기자들에게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과 대응 매뉴얼’을 백브리핑(배경설명) 형식으로 설명하도록 했다.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된 설명 자료에는 “남북 화해협력으로 남북연합과 같은 통일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전면전 등 무력충돌이 일어나 통일을 하는 것은 공멸의 우려가 있다”고 전제한다. 결국 “남는 것은 북한의 급변사태가 발생하고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주도하여 흡수통일을 하는” 더 현실적인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작년 말에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2015년 통일을 위해 다 같이 죽자”고 발언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대해서도 남북 화해협력에 의한 통일, 북한 급변사태를 계기로 한 흡수통일, 무력충돌에 의한 군사적 통일이라는 세 가지 상황에 대한 철저한 준비라는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이어 “한·미는 북한 비핵화 문제에 치우쳤던 대북정책 공조의 틀을 ‘급변사태 대비’와 ‘북한 변화 유도’로 확대하기로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작 이상한 점은 이날 출입 기자들에 대한 백브리핑을 진행하기 직전에 국방부 공보관실은 “출입 기자들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브리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점이다. “국방부 공보실이 북한 급변사태라는 민감한 주제를 설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지만 기자단이 요청한 것으로 모양을 꾸민 것”이라는 한 출입 기자의 증언이 없었더라면 필자도 그 말에 넘어갈 뻔했다.
대변인의 발언으로부터 사흘 동안 벌어진 국방부의 행태는 일관되게 북한이라는 존재 자체를 문제 삼는 것처럼 보인다. 당연히 북한의 극렬한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집요하게 북한을 건드리는 더 자극적이고 민감한 내용들이 연이어 흘러나온 이유는 뭘까? 무인기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북한의 발표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해석하기에는 석연치가 않다. 오죽하면 한 전직 국방부 장관이 김민석 대변인에게 문자메시지로 “말조심하라”는 충고까지 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국방에 정통한 전문가의 시각으로도 분명 정상적인 행태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올해 초부터 5월까지 남북 간에 조성된 위기는 실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말로 초래된 위기였다. 남북한이 벌이는 막말전쟁이 점입가경을 이루면서 그 끝자락에 더 자극적인 표현, 더 심한 막말로 기싸움을 벌이는 소모적인 국면이었다. 더군다나 이 당시 정치 상황을 보면 5월16일에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이 임박한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이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거의 한 달이 지나 중앙방송사 기자들이 팽목항에서 대부분 철수하고 지방 주재 기자 리포트 위주로 방송이 나가던 시점이기도 하다. 언론도 세월호 국면에서 누적된 피로감을 호소하던 상황에서 정치권력은 무언가 국면 반전을 노리던 때였다.
13일에 벌어진 대토론회에서는 육군교육사령부의 ‘4세대 전쟁과 합동성 강화 방안’에 대한 발표가 눈에 띈다. 이 내용을 유심히 보면 보수정권에서 한국 군부의 전쟁관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난다는 점을 엿보게 된다. 이제껏 전쟁은 남북한이 국가 대 국가로서 도발격퇴-반격-점령이라는 단계에 따라 총력전을 수행하는 이미지였다면 ‘4세대 전쟁’은 그러한 구분이 없이 5개의 작전을 동시에, 또는 연쇄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중 가장 중요시되는 우선적인 작전개념이 바로 북한에 특수부대를 투입하여 진행하는 ‘분란전’이다. 비밀공작으로 평시에는 북한 우호세력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다가 전시에는 특수부대를 투입하여 우호세력을 접촉하고 이를 조직화하여 유격기지를 구축한다. 그다음으로 북한 내부 혼란을 조성하는 분란전을 시행하게 되는데, 이 시점에서 우리 기동부대와의 협공으로 북한 전쟁수행능력을 약화시켜 북진의 기동 여건을 보장한다는 게 분란전의 요체다. 4세대 전쟁에서는 분란전이 전시에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최우선적인 작전개념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작전계획에서도 이미 표방하고 있는 작전개념으로 각종 감시정찰 자산과 정밀타격 무기로 구성된 킬체인(북한의 핵 및 미사일 기지를 탐지·추적·타격하는 시스템)으로 북의 핵미사일 위협을 제거하고 북한의 장사정포를 제1방어선(페바(FEBA) 알파) 전방에서 격퇴하는 수도권 안전 확보 작전이 있다. 다른 작전개념으로는 비무장지대의 장애물을 최단시간 안에 돌파하는 ‘대담한 종심기동’으로 우리 측에 의한 자유화 지역을 확대하고 평양을 고립하여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는 ‘결정적 종심기동’ 작전이 있다. 여기서 종심(縱深)이란 작전범위를 의미하는 군사용어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경험을 참고로 하여 점령 후에는 민간안보, 민간통제, 경제적 자생력 구축, 사회기반시설 복구, 정부 행정체계 구축을 지원한다는 ‘안정화 작전’은 통일의 여건을 조성하게 된다.
여기서 안정화 작전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군의 실패 경험을 고려할 때 주목이 된다. 한때 우리나라 특전사는 언젠가 평양을 점령하게 될 경우 북한의 지하철을 조속히 장악하기 위해 기관차 운전사를 양성한 적이 있다. 그런 군 기관사 인력이 엉뚱하게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철도 파업이 일어났을 때 투입되었다. 군이 북한의 사회 인프라를 조속히 장악하려는 작전을 구상한 결과다. 안정화 작전의 핵심은 북한 주민에 대한 민간안보(DDR)를 구현하는 것이고, 여기에선 인간 생활에 필요한 사회 인프라를 조속히 장악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한다. 현대 전쟁은 이렇듯 군사력(M)만이 아니라 외교력(D), 경제력(E), 정보력(I)이 합쳐진 통합된 역량으로서 ‘다임’(DIEM)이 북한의 핵심 영역인 정치(P), 경제(E), 시스템(S), 군사력(M), 정보(I), 사회기반(I)에 구사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국방부가 기자들에게 브리핑한
‘북한 급변사태 대응 매뉴얼’
북한 극렬 반발 예상되는데도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 등
자극적인 초강경 발언 쏟아내
선제적 군사행동 신봉하며
분란 조성과 안정화라는 접근
국가급 전쟁과 내전의 병행
4세대 전쟁은 군이 정치집단으로
재창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댓글부대 활동은 평시전쟁의 일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 수행하는 분란전에 대응하는 ‘대분란작전’도 준비된다. 여기에서는 북한의 공작원, 고정간첩, 남한 내 자생적 종북세력이 상호 연계된 분란작전에 대응하기 위해 후방지역 작전과 계엄조치가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듯 분란전, 수도권 안전 확보, 결정적 종심기동, 안정화 작전, 대분란전이라는 5개 주요 작전에 의한 4세대 전쟁은 재래식 전쟁과 현대 전쟁을 배합하는 전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산물이다. 근대의 전쟁은 전략, 작전술, 전술이 명확히 구분이 되었다면 현대 전쟁에는 이런 작전의 수준이 다 섞여서 그 영역이 중첩되어 있다. 방어와 공격이 단계별로 구분되는 재래 전쟁과 달리 새로운 전쟁에서는 이런 단계 구분이 무의미하며 방어와 공격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없어져야 할 나라’ 북한에 대한 더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군사행동, 북한의 정권과 주민에 대한 이중 접근, 분란 조성과 안정화라는 모순된 접근, 국가급 전쟁과 내전의 병행이 바로 4세대 전쟁이라는 설명처럼 보인다. 한편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14일 백브리핑 자료에서는 “조만간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을 균형감 있게 소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나라”인 북한이 급변사태 대비계획의 기본 전제이며, 가장 현실적인 통일방안이라는 결론 자체는 흔들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선거 국면에서 이를 외부로 표출함으로써 국내 정치에서도 군이 안보의 목적상 필요하다면 ‘종북 내전’을 수행하는 전위대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까지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군의 역할이 단순한 한반도 방위라는 본연의 임무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국내 정치라는 민간의 영역으로도 확대되는 징후가 도처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정치와 행정과 군사의 경계선이 희미해진다. 국가 안보에 대한 군의 책임성은 곧 정치에 대한 책임성으로 확대되며, 이것이 지난 선거에서 군이 정치에 개입한 주된 명분으로 작동했다. 전쟁관의 변화는 군이 새로운 정치집단으로 재창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군은 국민의 명령에 따라 군사기능을 수행하는 대리인, 즉 에이전트에 만족하지 않는 하나의 권력으로서 파워집단이 된다. 이를 정당화하는 것이 바로 현대전쟁의 양상이다. 국가 유사시에 모든 것을 군이 직접 장악하고 통제하고 주도하지 않으면 안보의 목적이 달성되기 어렵다는 소위 남한 식 선군의 개념이다. 어쩌면 북한의 선동에 사상적으로 오염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국민이 아니라 잘 조직되고 국가관으로 무장된 군대만이 국가안보의 가장 믿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믿는다. 또한 평시에도 끊임없는 북한의 대남 분란전과 심리전, 사이버 공격에도 대비하려면 군의 역할이 민간으로, 정치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그들만의 집단사고가 있다. “어떤 정치적 표현도 구애되지 말고 구사하라”는 대선 당시 사이버사령부의 댓글부대에 대한 활동 지침이나 민간에 대한 안보교육은 그 자체로 북한의 분란전에 대한 평시 전쟁의 일환이다. 게다가 북한의 오락가락하는 외교 행태, 장성택 처형 결정에서 북한 강경파에 이끌려 다닌 김정은의 리더십을 고려할 때 이제 북한 급변사태에도 철저히 대비한다는 인식의 당위성이 확립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여기에는 의문이 있다. 이런 군사적 관점, 전쟁의 논리가 남북관계를 주도하고 국가 정책결정의 핵심이 될 경우 국가의 위기는 누가 관리하게 될까? 단호하고 대담한 군사행동을 촉구하는 전쟁의 논리에만 충실했다면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가 발생했을 때 3차 대전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컸고, 그것은 핵전쟁이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전쟁의 논리를 견제하고 통제하지 않았더라면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 제어되지 않는 전쟁의 논리를 앞세운 조지 부시 대통령이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겪은 참담한 실패에는 모종의 교훈이 있지 않을까? 오직 선제적인 군사행동을 신봉하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한 것은 바로 이런 우려를 증폭시킨다. 제4세대 전쟁이라는 말을 군에 확대시킨 장본인이 바로 김관진 안보실장이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영전에 대한 우려 우리는 미래의 전쟁 양상과 북한의 내부 사정에 대해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흔히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해 마치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처럼 강압, 억제, 고립, 붕괴, 격멸이라는 군사의 법칙을 들이댄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연이 아니라 의지와 관념을 갖고 있는 인간 집단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가치체계와 선호도가 있고, 주민들의 관심사도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에 대한 분란전과 안정화 작전을 수행한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북한 주민의 인식체계나 선호도에 대한 기본 모델조차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그들을 인간으로 본 것이 아니라 자연처럼 보는 우리의 우월적 태도, 일방적인 관점 때문이다. 어떤 근거로 북한에서 우리의 우호세력을 확보하여 분란전에 투입을 한다는 것인지, 어떻게 안정화 작전을 한다는 것인지, 필자로서는 그 근거를 찾기 어렵다. 실제 북한을 들여다보면 이런 계획이 갖고 있는 허술함은 곳곳에서 표출될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구호에 불과하다는 인색한 평가를 모면하기 어렵다. 핵미사일 시대에 정작 우리의 적은 북한이 아니라 전쟁 가능성, 그 자체일 것이다. 이를 제거하는 게 최고의 위기관리라고 한다면 4세대 전쟁과 같은 전쟁 논리,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라는 식의 접근법은 당분간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두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북한 급변사태 대응 매뉴얼’
북한 극렬 반발 예상되는데도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 등
자극적인 초강경 발언 쏟아내
선제적 군사행동 신봉하며
분란 조성과 안정화라는 접근
국가급 전쟁과 내전의 병행
4세대 전쟁은 군이 정치집단으로
재창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댓글부대 활동은 평시전쟁의 일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 수행하는 분란전에 대응하는 ‘대분란작전’도 준비된다. 여기에서는 북한의 공작원, 고정간첩, 남한 내 자생적 종북세력이 상호 연계된 분란작전에 대응하기 위해 후방지역 작전과 계엄조치가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듯 분란전, 수도권 안전 확보, 결정적 종심기동, 안정화 작전, 대분란전이라는 5개 주요 작전에 의한 4세대 전쟁은 재래식 전쟁과 현대 전쟁을 배합하는 전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산물이다. 근대의 전쟁은 전략, 작전술, 전술이 명확히 구분이 되었다면 현대 전쟁에는 이런 작전의 수준이 다 섞여서 그 영역이 중첩되어 있다. 방어와 공격이 단계별로 구분되는 재래 전쟁과 달리 새로운 전쟁에서는 이런 단계 구분이 무의미하며 방어와 공격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없어져야 할 나라’ 북한에 대한 더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군사행동, 북한의 정권과 주민에 대한 이중 접근, 분란 조성과 안정화라는 모순된 접근, 국가급 전쟁과 내전의 병행이 바로 4세대 전쟁이라는 설명처럼 보인다. 한편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14일 백브리핑 자료에서는 “조만간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을 균형감 있게 소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나라”인 북한이 급변사태 대비계획의 기본 전제이며, 가장 현실적인 통일방안이라는 결론 자체는 흔들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선거 국면에서 이를 외부로 표출함으로써 국내 정치에서도 군이 안보의 목적상 필요하다면 ‘종북 내전’을 수행하는 전위대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까지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군의 역할이 단순한 한반도 방위라는 본연의 임무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국내 정치라는 민간의 영역으로도 확대되는 징후가 도처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정치와 행정과 군사의 경계선이 희미해진다. 국가 안보에 대한 군의 책임성은 곧 정치에 대한 책임성으로 확대되며, 이것이 지난 선거에서 군이 정치에 개입한 주된 명분으로 작동했다. 전쟁관의 변화는 군이 새로운 정치집단으로 재창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군은 국민의 명령에 따라 군사기능을 수행하는 대리인, 즉 에이전트에 만족하지 않는 하나의 권력으로서 파워집단이 된다. 이를 정당화하는 것이 바로 현대전쟁의 양상이다. 국가 유사시에 모든 것을 군이 직접 장악하고 통제하고 주도하지 않으면 안보의 목적이 달성되기 어렵다는 소위 남한 식 선군의 개념이다. 어쩌면 북한의 선동에 사상적으로 오염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국민이 아니라 잘 조직되고 국가관으로 무장된 군대만이 국가안보의 가장 믿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믿는다. 또한 평시에도 끊임없는 북한의 대남 분란전과 심리전, 사이버 공격에도 대비하려면 군의 역할이 민간으로, 정치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그들만의 집단사고가 있다. “어떤 정치적 표현도 구애되지 말고 구사하라”는 대선 당시 사이버사령부의 댓글부대에 대한 활동 지침이나 민간에 대한 안보교육은 그 자체로 북한의 분란전에 대한 평시 전쟁의 일환이다. 게다가 북한의 오락가락하는 외교 행태, 장성택 처형 결정에서 북한 강경파에 이끌려 다닌 김정은의 리더십을 고려할 때 이제 북한 급변사태에도 철저히 대비한다는 인식의 당위성이 확립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여기에는 의문이 있다. 이런 군사적 관점, 전쟁의 논리가 남북관계를 주도하고 국가 정책결정의 핵심이 될 경우 국가의 위기는 누가 관리하게 될까? 단호하고 대담한 군사행동을 촉구하는 전쟁의 논리에만 충실했다면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가 발생했을 때 3차 대전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컸고, 그것은 핵전쟁이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전쟁의 논리를 견제하고 통제하지 않았더라면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 제어되지 않는 전쟁의 논리를 앞세운 조지 부시 대통령이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겪은 참담한 실패에는 모종의 교훈이 있지 않을까? 오직 선제적인 군사행동을 신봉하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한 것은 바로 이런 우려를 증폭시킨다. 제4세대 전쟁이라는 말을 군에 확대시킨 장본인이 바로 김관진 안보실장이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영전에 대한 우려 우리는 미래의 전쟁 양상과 북한의 내부 사정에 대해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흔히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해 마치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처럼 강압, 억제, 고립, 붕괴, 격멸이라는 군사의 법칙을 들이댄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연이 아니라 의지와 관념을 갖고 있는 인간 집단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가치체계와 선호도가 있고, 주민들의 관심사도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에 대한 분란전과 안정화 작전을 수행한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북한 주민의 인식체계나 선호도에 대한 기본 모델조차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그들을 인간으로 본 것이 아니라 자연처럼 보는 우리의 우월적 태도, 일방적인 관점 때문이다. 어떤 근거로 북한에서 우리의 우호세력을 확보하여 분란전에 투입을 한다는 것인지, 어떻게 안정화 작전을 한다는 것인지, 필자로서는 그 근거를 찾기 어렵다. 실제 북한을 들여다보면 이런 계획이 갖고 있는 허술함은 곳곳에서 표출될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구호에 불과하다는 인색한 평가를 모면하기 어렵다. 핵미사일 시대에 정작 우리의 적은 북한이 아니라 전쟁 가능성, 그 자체일 것이다. 이를 제거하는 게 최고의 위기관리라고 한다면 4세대 전쟁과 같은 전쟁 논리,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라는 식의 접근법은 당분간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두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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