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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해직언론인·쌍용차, 이건 반성해야

등록 2012-12-21 20:09수정 2012-12-22 12:22

[토요판] 커버스토리
보수가 보수에게|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
과거사 덫에 방향 잃긴 했지만
경제민주화와 복지 수용 등
박근혜 보수는 ‘진화된 보수’

언론자유·노동·환경 부분
보수는 지금껏 굉장히 냉담했다
북 인권에만 목소리를 높였다
교조주의에서 벗어나라
이념을 떠나 큰 그림 그려라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

이상돈(61) 중앙대 교수(법학)는 박근혜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왼쪽 측면에 서 있었다. 박 당선인에게 인혁당 유족을 만나고 유신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4대강 사업을 강하게 비판하는 한편 <문화방송> 해고 사태의 매듭을 풀기 위해 박 당선인과 노조 사이의 메신저 구실도 했다. 그는 강성 보수 성향의 캠프에서 무게추 구실을 했다. 20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 법학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한시간가량의 인터뷰 내내 휴대전화는 방송사의 인터뷰 요청으로 쉴 새 없이 울렸다.

-한국전쟁 이후 보수 대 진보의 논쟁은 발전하지 않고 맴돌고 있다. ‘종북좌빨’, ‘보수꼴통’ 비난만 오가고 소통하지 않는다. 보수주의자 입장에서 보수는 진화했는가? 그렇지 않았다면 무엇 때문인가?

“보수도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모든 보수가 다 진화했다고 볼 순 없지만 이제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의 중요성에 대해 상당히 공감한다. 그런 부분에서 보수는 진화했다. 교조적인 보수는 박근혜 정권의 주류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에 기초한 건전한 시장경제 정책을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이 앞으로 합리적 보수가 지향할 방향이라고 본다.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색깔론을 펴지 않았다. 선거 막판에서 엔엘엘(NLL) 수호 의지에 관해 언급한 정도다. 박 당선인은 매사에 진보, 보수를 나누지 말자고 했다. 박 당선인은 이분법에선 탈피한 사람이다.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9월 초까진 광폭 행보를 했다. 과거사 덫에 걸려 방향을 잃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 과정에서 선진통일당과 합당하고 보수를 자칭하는 호남 구세력과 합치며 보수로 불린 면이 있다. 하지만 박 후보는 4월 총선부터 경제민주화와 복지 같은 진보담론을 일찌감치 받아들였다. 출마선언에서도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를 약속했다. 강도 높은 검찰개혁 공약도 내걸었다. 경제·사회 정책은 보수와 진보 간 견해 차이가 있지만, 검찰개혁, 4대강 사업에 대한 검토 약속 등은 언론이 보는 것보다 법치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을 만든 세력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이들보다 더 강경 보수, 구태 보수세력이란 비판이 있다.

“당선 전후가 다를 것이다. 박 당선인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초기 10년 동안은 용인술이 굉장히 훌륭했다는 평을 들었다. 박 후보가 이 시대와 정부를 잘 이끌 새 사람을 발굴해서 기용할 것으로 본다.”

-새누리당은 보수정당을 표방한다. 막상 1년여 비대위원으로서 겪어본 새누리당, 보수주의자로서 바라본 새누리당은 어땠나?

“새누리당의 구성원은 다양하다. 남경필, 김세연 같은 쇄신파 의원부터 시장경제에 몰입한 의원들까지 다양하다. 내가 보기에는 의원들이 의사 표현을 활발하게 하지 않는다. 아직 초선 의원들이 많아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번 대선에서 세대별 투표가 고착화되었다. 보수주의자로서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나?

“글쎄… 세대별 투표가 더 심해진 것 같지는 않다. 외려 박 당선인이 총선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그런 부분은 상당히 불식시킨 것 아닌가. 앞으로 박 당선인이 젊은층의 관심사인 일자리, 경제회복에 대해 업적을 내면 젊은층도 상당히 새누리당에 호응할 것으로 본다.”

-이번 대선은 ‘보수 대 진보’ 총결집 양상을 띠었다. 진보와 보수 쪽에 하고 싶은 말은?

“민주주의, 언론자유, 법치 그리고 환경·여성·노동 등을 보수가 이념 문제로 봐선 안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새 정권과 새누리당이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한다. 진보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역사를 보는 시각, 시장과 정부의 관계를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기득권 세력의 구태, 친일 잔재라는 식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다수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서로 경쟁할 건 경쟁하고 대화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갖춰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당부하고픈 말은?

“박 당선인은 전에 없이 깨끗한 경선과 대선을 해서 당선이 됐다. 빈 접시처럼 누구에게도 진 빚이 없다. 빈 접시다. 초심에서 큰 그림을 그려줬으면 한다. 인사문제를 포함해서 말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특히 듣기 거북한 말을 하는 그런 사람이나 집단의 의견을 더 경청해야 한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문만 열면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아니다. 집무실과 비서동이 멀다. 청와대의 물리적 환경이 소통을 구조적으로 어렵게 하는 면이 있는데 그런 부분은 유념해둬야 한다.”

-새 정부에서 진보-보수가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어떻게 풀어야 할 건가?

“보수는 그간 북한 인권 문제엔 목소리를 높였으나, 국내 언론 자유나 노동·환경 문제엔 굉장히 냉담했다. 이것 역시 넓은 의미의 인권 아니냐? 해직언론인 문제, 쌍용차 문제 등도 마찬가지다. 이건 반성해야 한다. 진보는 이와 또 반대였다. 서로 이런 점은 탈피해야 한다.”

-보수의 길을 묻고 싶다.

“보수는 교조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고 사회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고 북한 문제를 푸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역사적인 화해의 문제에 관해 좀더 마음을 열어야 한다.”

-진보학자들과 함께 줄곧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해왔다. 반면 박 후보는 4대강 사업에 대해 평가를 미뤘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사업이 이제 끝나버렸다. 그러나 계속 논란이 있다. 앞으로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위원회 등을 꾸려 백지 상태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계속 부작용이 드러나고 안전성 문제 탓에 보수비용이 들고, 자전거길·공원 등도 황폐화된다면 사심없이 객관적 재평가를 하고 그야말로 ‘제로베이스’에서 어찌 할 것인지 중지를 모아야 한다. 4대강에 설치된 보 등 시설물 철거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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