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 문재인의 운명은
지지세력 확장 한계 드러나
정치지속 여부 놓고 고심할듯
정치판 새로 짜는 과정에서
역할과 미래 결정될 가능성
지지세력 확장 한계 드러나
정치지속 여부 놓고 고심할듯
정치판 새로 짜는 과정에서
역할과 미래 결정될 가능성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결국 ‘문재인 필패론’을 넘지 못하고 마지막 결승점을 앞두고 분루를 삼켜야 했다. 막판에 맹추격을 펼친 그로선 아쉬움도 클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19일 부산 사상구에서 투표를 한 뒤 서울로 올라와, 강남구 코엑스에서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이어 종로구 구기동 자택으로 이동해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그는 밤 11시를 지나며 대선 패배가 확실해지자, 영등포 당사를 찾아 캠프 관계자들을 위로했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세 번째 민주정부를 꼭 수립해서 새 정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을 제대로 못한 것이 역사에 죄를 지은 것 같아 송구스럽다. 힘들긴 했지만 행복했고 정말 많은 분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정께는 당사 기자실로 올라와 패배를 인정하는 승복 연설을 했다. 그는 미리 준비해온 A4지를 꺼내 보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이후 거취와 관련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 후보는 지난 4·11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국민경선 선거인단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모든 지역에서 승리하는 저력을 보였다. 그리고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양보와 지원을 끌어내는 등 여러 단계의 난관을 헤쳐왔다. 하지만 결국 최후의 결선에서 ‘박근혜’의 높은 벽을 넘어서는 데는 실패했다.
문 후보가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위기에 처한 민주통합당을 추슬러 계속 정치를 할지, 아니면 소명의식과 절박감을 가지고 출마 결심을 하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지 예측하기는 힘든 시점이다. 그러나 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처럼 대통령이 되기 위해 재수와 삼수를 거듭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그는 안철수 전 후보 쪽에서 줄곧 약점으로 지적했던 ‘확장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결국 실패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그에게 낙인처럼 따라붙은 ‘친노’라는 틀을 깨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들어 민주당 당내 경선 경쟁자들도, 그리고 안철수 전 후보 쪽도 ‘노무현 2.0’으로는 박근혜 후보를 이기지 못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 후보 쪽은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후보였다”고 경쟁력을 강조했지만, 결국 근소한 차이로 대선에 패함으로써 “만약 단일후보가 안철수였다면…”이라는 회한을 야권 지지층에 두고두고 남기게 됐다. 다만, 그가 부산에서 39%의 지지율을 이끌어낸 부분은 그의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
앞으로 문 후보가 직접 나서 민주당이든 국민연대든 진보개혁 진영을 추스를 만한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내에선 그의 가능성과 한계를 넘어 ‘친노 대 비노’의 대립구도를 넘어서는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친노’ 세력의 민주당 내부 영향력도 현저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후보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그와 경쟁했고 새정치를 주장했던 안철수 전 후보 쪽의 동향에 대한 당 안팎의 관심이 커질 것 같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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