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올해부터 각 언론에 공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쪽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표현할 때 ‘독재자’(dictator)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달라고 외국 언론사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빚고 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12일치 기사에서 “박근혜 후보의 참모들은 박 후보를 아버지와 연관짓는 데 대해 민감하다고 말한다. 올 들어 그들은 기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리켜 ‘독재자’로 부르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는 공지(memo)를 각 언론사에 보낸 바 있다”고 전했다. 언론의 단어 선택에 영향력을 끼치려는 이런 시도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정부가 언론사에 하달한 ‘보도지침’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박 후보 쪽의 이런 요청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한 외신 관계자는 “지난해 말인가 올해 초인가 사진 설명에 ‘독재자의 딸’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새누리당 쪽에서) 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 새누리당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서 ‘그렇게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미권 언론에서는 이 단어가 계속해서 쓰일 뿐 아니라, 같은 뜻의 다른 단어(autocrat, strongman)도 쓰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독재자의 딸’이란 제목을 17일치 아시아판 표지에 실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4월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 소식을 전하며 ‘소란스런 민주주의 국가에서, 깨끗한 이미지의 독재자 딸’이라는 제목을 썼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9월엔 ‘한국 근대화 아버지의 딸’이란 표현으로 박 후보를 묘사했으나, 올 7월 박 후보의 출마선언 기사를 전할 땐 ‘독재자의 딸’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한국 주재 외국 언론인들은 보도 기사의 표현을 문제삼는 새누리당의 태도에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의 신지연 부대변인(외신 담당)은 “외신 기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표현을 쓰면 곧장 새누리당이 연락을 해와서 왜 그런 표현을 쓰느냐고 따진다고 한다. 외신 기자들은 새누리당의 이런 시도가 ‘독재의 유산’을 부인하면서 외국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자들에겐 매우 기분 나쁜 일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7일 ‘독재자의 딸’(The Strongman’s Daughter)이라는 <타임>의 제목을 ‘강력한 지도자의 딸’로 번역한 보도자료를 배포해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스트롱맨은 통상 철권통치를 휘두르는 후진국의 독재자나 군부 실력자를 가리킬 때 외국 언론이 쓰는 표현이다. 외교 당국자는 “외국 언론이 정상적인 법과 민주 절차로 통치하는 대통령을 ‘스트롱맨’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타임>은 온라인판에서 ‘독재자’라는 뜻이 좀더 분명한 단어(dictator)를 사용한 제목으로 고쳐 보도했다.
<한겨레>는 16일 박 후보 캠프의 마거릿 프란시스 키 외신 담당 대변인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주말이고 가족행사가 있어 통화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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