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철수 스타일’ 유세를 버렸다?
문재인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그동안 사용을 꺼려오던 마이크를 잡고 발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안철수 전 후보는 13일 오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세 번째 공동유세에 나서, 정권 교체와 새 정치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마이크를 사용했다.
문 후보와 안 전 후보는 13일 오후 1시30분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거리에서 유세를 했다.
두 후보는 으능정이거리 100여m를 5분간 걸어, 작은 연단에 올라갔다. 후보들 50m 뒤에 확성기를 장착한 민주통합당의 유세트럭이 있었지만 후보를 따라가지 않았다. 연단에 도착해 안 전 후보가 먼저 연단에 뛰어 올라가자, 지지자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곧이어 문 후보도 연단에 올라섰다. 약 2000여명이 모인 청중은 “문재인, 안철수”를 연호했다.
문재인 후보는 진행자로부터 마이크를 받아 안 전 후보에게 건네줬으나 안 전후보는 이를 허영 수행팀장에게 건넸다. 허 수행팀장이 연단에 올라 두 후보를 소개한 뒤 문 후보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에게 양보하며 마이크를 넘겼다. 안 전 후보는 “그냥 인간 마이크 하죠”라며 청중에게 두손을 흔들어 화답하면서 손을 입으로 가져가 ‘쉿’ 하는 모양을 내어 ‘인간 마이크(소리통)’을 시도했다.
허 수행팀장은 “안철수가 전국적으로 새로운 유세문화를 만들고 있다. 마이크를 안들고 인간 마이크 ‘소리통’을 해보겠다. 안 전 후보가 한마디 할 때마다 큰소리로 따라해달라”고 설명했다. 안 전 후보는 ‘소리통’을 하려 시도했으나, 2000여명의 군중은 인간마이크로는 작동하기에는 규모가 컸다. 안 전 후보는 “말이 잘 안들려요?”라며 허 팀장에게 마이크를 요청했다.
안 전 후보는 마이크를 잡고 “들리세요? 인간 마이크 아시죠? 한 번 해볼까요? 제가 소리통 세 번 외치겠습니다. 제가 한 마디 할 때마다 따라해주세요” 말했다.
“소리통 소리통 소리통 안녕하세요. 안철숩니다. 멀리 계시는분, 들리시나요? 소중한 마음이 여기에 모였습니다. 서로 격려의 축하 박수 부탁드립니다.” 안 전 후보는 마이크를 통해 말했지만, 청중들은 이를 그래도 반복하며 외쳤다. 마이크와 인간 마이크가 공존하면서 메시지는 다시한번 청중들에 의해 반복되며 퍼져나갔고,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안 전 후보는 계속 마이크를 잡은채 말을 이어갔다. “지난 목요일, 문재인 후보께서 새정치를 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했습니다. 그 약속 꼭 지키리라 믿고 아무 조건 없이 도와드리기로 했습니다. 제가 선거에 나선 이유는 새 정치와 격차 해소 때문입니다. 새 정치는 기득권 내려놓기부터 시작합니다. 손에 쥔 것을 국민에게 돌려 드려야 합니다. 격차 해소는 지역 격차, 빈부 격차가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퇴했지만 저는 계속 이 길을 갈 것이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안 전 후보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며 힘이 들어갔다. “새 정치와 격차 해소의 출발점은 정권 교체입니다. 혹시 주위에 안철수가 사퇴해서 투표하지 않겠다, 그런 분 계시면 꼭 찾아가서 투표 부탁 드린다고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청중들도 계속해서 ‘소리통’으로 같은 내용을 화답했다. 문 후보는 안 전 후보가 ‘소리통’을 할 때 군중과 함께 따라 외쳤다.
이번엔 문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와 안 전 후보가 함께 하면 그래서 민주통합당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시는 분들, 국민연대 모두 함께 힘을 모으면 무슨 일인들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청중들은 안 전 후보 때처럼 문 후보의 발언도 따라 외쳤다.
오후 1시47분께 안 전 후보는 연단을 내려가 시민들과 악수와 사진 촬영을 하며 다음 유세 장소로 이동했다.
대전/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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