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TV토론 이모저모
대선 후보 두번째 텔레비전 토론이 열린 10일 밤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사옥 앞에는 각 후보 지지자들과 취재진, 경찰 등이 뒤섞여 시끌벅적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쪽은 1차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유세차량과 운동원을 내보내지 않았다. 다만, 박 후보 팬카페 회원 20명가량이 나와 ‘사랑합니다. 대한민국의 희망’, ‘사랑해요! 아자! 화이팅’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박 후보를 응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운동원 20여명은 유세차량 위에서 노란 점퍼를 입고 음악에 맞춰 율동을 선보였고,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쪽 100여명의 지지자들은 보란색 점퍼를 입고 음악에 맞춰 율동을 선보였다. 연단에선 “다카키 마사오(박정희)의 딸 박근혜를 떨어뜨리겠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 케이비에스(KBS)를 정권의 방송에서 국민의 방송으로 돌려놓겠다”는 등의 연설을 했다.
박근혜 후보는 저녁 7시께 빨간 재킷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도착해 아무 말 없이 방송국으로 향했다. 그가 방송국 로비에서 개찰구로 들어서는 순간 <한국방송> 노조원 100여명이 “공영방송 사수! 투쟁!” “정권 향한 해바라기(길환영 사장), 대선 보도 다 망친다” 등을 외치자 굳은 표정으로 스튜디오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문재인 후보는 저녁 7시22분께 검정 정장에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방송국에 도착했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그는 로비에서 개찰구로 들어설 때 <한국방송> 노조원들이 “12월19일은 언론자유 보장의 날”이라고 외치자,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이정희 후보는 오후 6시40분께 가장 먼저 도착했다. 그는 ‘각오 한마디만 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10초 정도 마음을 가다듬은 뒤 “정직하게 열심히 사시는 분들의 마음을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희 후보는 2차 토론에서도 박근혜 후보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말투나 표정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는 “위기 극복하겠다는 박근혜 후보가 1981년 당시 신기수 경남기업 회장이 잔디가 깔린 300평이 넘는 성북동 저택을 무상으로 지어줬다. 증여세, 취득세, 등록세 한푼도 안 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박 후보에게 올해와 내년의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묻자, 박 후보는 “스무고개 하듯이 따지는 것은 바람직한 대선 토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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