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연합정부 거듭 약속하며 안 지지층 등 부동표 결집 나서
“민주당 기득권 던질 것”…대선 판세 뒤집기 절박감 담겨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대통령 선거가 10일 앞으로 다가온 9일 ‘대선 이후 정치권 재편’을 약속하며 ‘국민정당 승부수’를 던졌다. 안철수 전 후보의 지원유세 참여를 계기로 머뭇거리고 있는 안철수 지지층을 최대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안철수 지원유세 효과’와 함께 막바지에 접어든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후보는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갈망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국민정당’으로 가겠다. 국민정당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 주체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권교체와 새정치의 과정에 함께한 세력들이 같이 내각과 정부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거듭 ‘거국내각형 공동정부’ 의지를 밝혔다.

기자회견의 핵심은 대선 이후 정계를 새롭게 재편할 것이고, 이를 위해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갈망하는 제 세력이 참여하는 국민정당을 건설할 것이며, 이에 맞춰 국정 운영도 ‘대통합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지난 6일 ‘정권교체-새정치 국민연대’(국민연대) 출범식에서 발표한 ‘초당적 거국내각’ 구상의 연장선에 있다. 통합형 국민정당 창당 의지를 밝히면서 연합정부 또는 공동정부 형태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거듭 다짐하는 모양새다.

‘국민정당+대통합 내각 카드’는 우선 안철수 세력을 염두에 둔 측면이 커 보인다. 대선 이후 안철수 전 후보가 국민정당 창당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거나 안철수 지지세력들이 국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신호를 문재인 후보가 기자회견 형태로 약속한 것이다. 주저하고 있는 안철수 지지층에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명분을 주자는 얘기다.

안철수 전 후보 쪽은 일단 명시적인 찬반을 나타내지는 않고 있다. 유민영 대변인은 안 전 후보가 백의종군을 선언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드릴 말씀이 없다. 우리가 언급할 일이 아니다”라고만 말했다. 반대도 아니고 찬성도 아니다. 하지만 안 전 후보도 후보 사퇴 이전에는 신당에 대해 문을 열어둔 바 있다. <한겨레> 인터뷰 등에서 신당 창당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대선 이후의 문제’로 넘기면서도 고려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안 전 후보가 국민정당에 즉각 호응하고 나서지 않는 것은 새누리당이 ‘지분 나누기’ 등으로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한 측면이 커 보인다. 안철수 전 후보 쪽으로선 ‘대통합 내각’에 대해선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국민정당은 집권 이후 여소야대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만들려는 승부수란 측면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개혁 여망을 결집해 거대 야당을 압박할 정치 주체가 필요하다. 문 후보는 기존의 민주당을 뛰어넘는 신당 창당을 통해 이를 이루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의 우상호 공보단장은 브리핑에서 “아직 밖에 계신 분들과 구체적인 창당 계획까지 논의한 바 없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신당 창당까지 열어놓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국민정당과 통합내각 참여의 대상으로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틀도 뛰어넘어 민주주의·복지·평화의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분’으로 꼽았다. 민주당 세력과 안철수 세력, 시민세력, 진보정의당, 합리적 중도보수세력을 망라하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캠프 고위 관계자는 “합리적 보수까지 결합해서 새누리당 우위의 정치 토대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대통합 내각’을 인수위 구성 단계에서부터 선보일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세력은)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모든 법과 제도를 준비하고 혁신하는 주체가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토대로 ‘연합정치’, ‘공동정부’의 드림팀으로 구성될 ‘대통합 내각’은 ‘시민의 정부’를 이루는 핵심이 돼 성공하는 정부를 지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이태희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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