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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민주당, 특권 내려놓고 2040 불안해소할 ‘상징정책’ 내놔야”

등록 2012-11-29 20:58수정 2012-11-29 22:58

안경환(왼쪽) 서울대 교수와 김호기(오른쪽) 연세대 교수
안경환(왼쪽) 서울대 교수와 김호기(오른쪽) 연세대 교수
문-안캠프서 ‘정치개혁’ 총괄한 안경환-김호기 교수 대담

18대 대통령 선거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는 여전히 ‘야권 단일화’다. 안철수 후보의 향후 행보에 따라 대선 결과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안철수 후보의 사퇴 선언으로 형식적 단일화가 이뤄졌지만, 단일화 과정의 갈등으로 두 후보가 약속했던 ‘화학적 결합’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안 후보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문 후보를 지원하게 될지, 그에 앞서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이 안 후보와 함께 하기 위해 무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겨레>는 두 후보 캠프에서 야권단일화 논의의 핵심 분야였던 ‘정치개혁’ 분야를 총괄했던 이들의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안경환(왼쪽 사진) 서울대 교수는 문 후보 캠프에서 새정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김호기(오른쪽) 연세대 교수는 안 후보 캠프에서 정치혁신포럼 대표로 활동한 바 있다. 대담은 29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김의겸 정치·사회 에디터의 사회로 진행됐다.

사회 지난 23일 안철수 후보의 사퇴선언 때 양 캠프 분위기는 어땠나?

김호기 그날 기자회견은 아름다운 단일화라기보다는 후보 사퇴에 따른 결과적 단일화였다. 그러다 보니 안철수 캠프에선 아쉬움이 컸다. 단일화 과정에서 나타난 불협화음으로 인해 상처도 작지 않았다.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안 후보를 지지하는 쪽에선 화가 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안경환 문재인 캠프도 마찬가지로 즐거워할 수가 없었다. 아프고, 아연스럽고…. 단지 이쪽 후보가 됐다고 해서 좋아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안철수, 문재인 두 사람은 몸과 마음이 합쳐져야만 단일후보로서의 의미가 있는데, 그 점에서 혹시라도 뭔가 장애가 있을까 걱정했다.

사회 28일 “지지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행동하겠다”고 한 안 후보의 뜻은 뭐라고 생각하나?

안철수는 이제 정치인이다. 세력으로서의 안철수는 좌절했지만, 새 정치를 갈망하는 ‘안철수 현상’은 끝나지 않았다. 안철수의 실험이 남긴 교훈은, 안철수 현상의 실체가 입증됐다는 것이다. 정치인 안철수에겐 새 정치를 열망하는 안철수 현상을 지속시켜야 할 과제가 있다. 단일화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만큼 지지 그룹의 생각을 헤아려야 한다는 건 정치인 안철수로선 당연한 일이다.

안철수 현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단일화를 하겠다고 새정치공동선언까지 만들었으니,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심지어 지지자들이 쪼개지더라도 안철수의 정치 실험은 결국 문재인이 가지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안 후보가 문 후보를 돕는 건 필연으로 여겨진다. 선거가 며칠 안 남았는데, 언제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는지?

사람들은 다들 마음이 급하다. 빠른 시일 안에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겠지만, 구체적으로는 아마도 현장에서 밟아야 할 논리적 단계가 있을 것이다. 사실은 단일화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 상태가 더 중요하다.

안 후보 쪽은 굉장히 많은 상처를 받았다. 후보뿐 아니라 캠프와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로 상처를 받았다. 상처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건 안철수는 정치인이 됐지만 지금까지의 정치인과 유형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념과 정서, 절실한 원칙 등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안 후보 쪽은 그 부분을 문 후보가 이해해줄 거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방송토론 과정에 직접 임할 때, 그 기대가 상처가 됐다. 문 후보도 기존 정치인에 비하면 굉장히 새롭다. 하지만 토론에 응한 자세를 보면 민주당을 배경으로 한 논리가 있다 보니, 안 후보가 이상적으로 갖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은 ‘새 정치’의 정서에 대한 심정적 배려가 모자랐다고 생각한다.

사회 결국 문 후보가 배려가 부족했던 건가?

객관적으로는 배려가 부족한 게 아닐 수 있어도, 안철수라는 특정한 상대에겐 그게 컸을 것 같다. 정서적 상실감, 외로움, 이상주의자가 받은 상처 같은 게 있을 것이다. 그게 첫번째다.

또 하나는 안철수에게 열광한 젊은 사람들은 기존 정당정치에 대해 실망하고 분노하고 화가 난 게 있었다. 안 후보와 지지층은 민주당이 완전히 새로운 당으로 바뀌어 새 정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보여달라고 했다. 물론 노력은 했지만, 만족스럽게는 못 보여줬다. 남아있는 과정은 그런 기대에 대한 가시적 표현이 될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가 남았고,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이 부분이 좀 나아져야 그다음 단계에서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을까 본다.

시점과 방식보다 안 후보의 결단이 중요할 것이다. 지난 두 달여 선거 과정에서 봤듯, 안 후보가 추구하는 정치는 막스 베버가 말한 ‘악마와의 거래’로서의 정치가 아닌 진정성과 포용의 정치다. ‘이상주의자’라고 하셨는데, 안 후보는 진심의 정치, 정치공학 이상의 정치를 하려고 노력했다. 제가 보기엔 국민의 진심을 헤아리고 안 후보가 결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권교체’라는 대의가 있고 이를 위해 안 후보가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적절한 시점과 안철수다운 방식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 시점에선 정서적 측면과 논리적 측면이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정서적인 것은, 아무리 현실이 급하더라도 상처 다스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논리적인 것은, 안 후보는 국민적 동의, 지지층의 동의를 확인한 뒤에 문 후보 지지에 나설 거란 점이다. 국민과 지지층의 동의라는 것은, 사실 선행조건이 있다. 다름 아닌 문 후보와 민주당의 새 정치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과 실천이다.

김호기
안, 세력으로는 좌절했지만
‘안철수 현상’은 남아
지지자 생각 헤아리는건 당연

안경환
설령 지지자 나뉘더라도
안철수의 정치실험은
결국 문재인이 가지고 가는 것

구체적으로 뭘 원하는지는 명확지 않지만, 이미 새정치공동선언에 담긴 약속이 있다. 그 부분을 더욱더 구체적으로 확실하게 해달라는 것 아니겠나. 결국 제도의 변경일 텐데, 지금으로선 후보의 약속에 대한 진정성 위에 뭔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게 뭔지는 고민이다.

상처 치유책이다. 안 후보를 지지하는 핵심층은 2040세대다. 이들이 기성정치를 거부하고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건 정치가 ‘민생’이라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치유책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새 정치를 위한 민주당의 혁신이라는 구체적 프로그램이다. 새정치공동선언에 담겨 있지만, 특권 포기나 정책정당으로의 전환, 네트워크 정치 활성화 등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과 유권자, 지지자들 앞에서 약속하고, 짧은 시간이긴 해도 제도적인 처방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대표상징정책으로 일자리·교육·주거 등에서 2040세대의 불안을 해소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선 무상급식이라는 정책 의제가 있어서 진보개혁진영이 사실상 승리할 수 있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반값등록금이 이슈화돼서 나름 유권자들에게 진보개혁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난 총선이나 이번 대선에선 진보개혁적 의제가 눈에 띄지 않는다. 선거는 백화점식 정책으로 치르는 게 아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다.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생활정당과 네트워크정당 등의 비전이 제시돼야 정치가 내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처럼 가면 내 일이 아니라 타도 대상으로만 보게 된다. 이 문제를 안철수 후보 쪽에서 제기했는데, 이를 정당에서 수용하려면, 장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상징적 프로그램과 방향을 확실히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안경환
문, 토론 과정서 배려 부족
안쪽 상처 많이 받았을 것
민주 ‘새정치’ 가시적 처방 있어야

김호기
안, 자신 던져 ‘새정치’ 살려
새정치·정권교체 위한
‘통합 비상대책위’ 꾸려야

사회 지금까지는 왜 못했을까요? 양쪽이 나름대로 노력했다지만, 피부에 와닿는 대표적인 새로운 상품을 못 만든 이유는 뭘까요?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고민을 왜 안 했겠나. 하지만 모든 게 후보단일화에 너무 집중돼서 드러낼 시간도 없었고 부각도 안 됐다. 분명히 있다. 양쪽이 신뢰와 관계를 회복하면 뽑아서 쓰기만 하면 된다. 미세한 차이가 있더라도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

선거는 상이한 비전과 대안을 가진 집단이 경쟁하는 것이다. 지난 총선이나 이번 대선에선 보수세력이 부분적으로 ‘좌클릭’하면서 정책적 대안의 차별성이 많이 사라졌다. 보수세력도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한다고 하지 않나. 진보개혁 세력은 보다 과감하고 실생활에 다가가는 정책 대안을 발굴하는 데 주력했어야 했다. 유사성보다는 차별성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정책을 말한다. 국민들의 시선에서 보면 진보개혁세력도 하나의 세력으로 존재한다. 세력이 가진 특권,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는 자기성찰과 대안제시가 현재까지는 소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나.

사회 단일화 경쟁 과정에서 입은 상처에 대한 정서적 치유는 어떻게 가능할까?

대체로 마음의 상처는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본인이 스스로 회복을 한다. 그럴 때 주변에서 성의있게 조언하고 격려하고, 화해의 모습도 보여야 한다. 안철수 후보는 열정과 이상을 가진 분이라 더 상처가 컸을 것이다. 사춘기 때처럼 순수하기 때문에 받은 상처는 그 자체로는 크지만, 빨리 낫는다. 안 후보가 살아온 역정이나, 정치권에 투신하게 된 열망, 시대적 사명감 등을 생각할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이번 대선을 어떻게 해야 할 거냐 생각할 것이다. 안 후보의 진정성을 믿는다.

문재인 후보 캠프의 새정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경환 서울대 교수(왼쪽)와 안철수 캠프의 정치혁신포럼 대표로 활동한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재인 후보 캠프의 새정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경환 서울대 교수(왼쪽)와 안철수 캠프의 정치혁신포럼 대표로 활동한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안 후보에게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상처를 다스릴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민주당의 진심이 중요하다. 안 후보나 캠프, 지지그룹에 정무나 조직, 전략 등의 관점으로 다가갈 게 아니라, 진심의 관점에서 다가서야 한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정치에도 진심이 있다. 그 진심을 잘 보여준 게 사퇴 기자회견에서 흘린 안철수의 눈물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이상주의자의 좌절 속에서 발전한다는 말이 있다. 안 후보의 눈물은 좌절이지만, 만들어낸 눈물이 아니다. 그래서 그 좌절 속에 다음 단계가 있는 것이다. 스스로 울음으로 드러낸 뒤 치유가 되면 극복할 힘이 생긴다. 눈물 뒤 몸도 마음도 정화되는 것과 같다. 대선이 얼마 안 남았지만, 뛰어난 분이기 때문에 스스로 힐링하고 결단할 것으로 본다. 외부의 설득과 압박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진심이 상처를 받는 과정을 겪었지만, 정치세계에 들어와 좋은 수업을 한 측면도 있다.

안경환
새정치에 경제민주화·복지까지
큰 합의·선언 이뤄져야
안, 스스로 힐링하고 결단할 것

김호기
양쪽 지금 ‘통합 기구’ 만들어야
정권교체 뒤에도 새정치 추진
안, 정치 시점의 중요성 잘 알아

사회 문 후보와 민주당이 해야 할 몫은 무엇인가?

안 후보가 왜 눈물을 흘렸는지, 안 후보 지지자들은 뭘 원하는지 봐야 한다. 민주당이 개혁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실제로 몇 주 동안 지켜보니 민주당에 많은 의원들이 있지만 일사불란하게 자기 당 후보를 위해 나서는 거 같지 않다. 우리 당 후보가 반드시 돼야 한다는, 정권교체를 위한 신념이나 집념이 보이질 않는다. 의원들이 대선 승리보다 개인 입지를 더 생각하지 않나 하는 게 보인다. 이런 당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고, 기득권 내려놓기 등에 대해서도 확고한 방향 제시가 있어야 한다.

안 후보는 자신을 내던져 약속을 지키고 안철수 현상을 살려놓은 거다. 민주당도 과감한 특권내려놓기를 당장 실천해야 한다. 민주당도 비워야 한다. 그래야 대선에서 이긴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미래, 국민, 변화를 위한 국민연대의 방법으로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한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사회 두 후보의 ‘새정치공동선언’이 향후 두 세력의 결합에 촉매제가 될 수 있나?

공동선언은 일종의 정치복원 선언이다. 과거와는 다른 국가와 사회를 자유롭게 상상하고 그를 정책의제화해서 즉각 실천해야 한다. 새정치공동선언의 발전적 형태로서 ‘새정치와 새사회를 위한 새시대 선언’이 이뤄져야 하고 국민들에게 그 실천을 엄중히 약속해야 한다.

새정치 선언과 함께 준비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분야 공동선언도 상당히 진척이 된 상황이었다. 선언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그 부분을 포함하는 더 큰 합의와 선언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 공감한다.

사회 현실적으로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안 후보가 언제 결심할지가 여전히 관심사다.

안 후보의 입장정리가 중요한데, 제 생각에는 안 후보가 문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정했을 것으로 보고 어느 시점이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본다. 대체로 늦지 않은 시기에 본인이 직접 판단할 것이고, 또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러분들이 이런저런 판단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

안 후보의 과거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 문 후보가 후보로 결정되고 사흘 후에 안 후보가 출마선언을 했다. 단일화 협상에 나선 타이밍을 보더라도, 안 후보가 ‘정치에 있어 시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정리 석진환 김외현 기자 soulfat@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캐스트 #3 -오피니언> ‘안철수 현상’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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