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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안 사퇴에 가슴 아파…문, 좋은 정책+감동 드라마 필요”

등록 2012-11-28 15:08수정 2012-11-28 15:43

안철수 후보가 지난 10월4일 광주 서석동 조선대 해오름홀에서 ‘21세기 청년의 역할’에 대해 강연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광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안철수 후보가 지난 10월4일 광주 서석동 조선대 해오름홀에서 ‘21세기 청년의 역할’에 대해 강연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광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30대 유권자 6명 ‘긴급 심층면접’
사퇴한 안철수 후보 지지층의 주축을 이루는 20~30대 유권자는 마음 둘 곳을 몰라하고 있었다. 안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임을 선언하고 성원을 당부했지만 이들은 문재인 지지자로 선뜻 나서길 머뭇거리고 있었다. 20~30대 젊은 유권자 6명을 대상으로 26일 한겨레신문사 3층에서 긴급 심층면접조사(FGI)를 벌여 ‘안철수 사퇴 이후’의 표심 변화를 살펴봤다.

안 후보 지지자의 일부는 문 후보 지지 쪽으로 옮길 뜻을 보였지만, 두 후보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태도를 정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조사를 진행한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안철수 후보를 통해 처음으로 정치를 접하게 된 젊은 지지층을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이 끌어안으려면 민주당의 개혁과 쇄신이란 제도적 접근 외에도 진심 어린 정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자 지난주 금요일(23일) 안철수 후보가 사퇴했는데, 어떤 느낌이 들었는가?

최철수(이하 최) 안 후보를 지지했었는데 갑자기 황망하게 됐다. (후보) 선택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서은정(이하 서) 단일화가 아니라 사퇴로 입장을 표명해 그림이 안 좋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었다.

사회자 그 과정에 어느 쪽의 책임이 크다고 보는가?

둘 다한테 있다. 안 후보가 왜 사퇴를 했나 의아했는데, 두 후보의 구체적인 정책을 보니까 아 이것 때문에 단일화를 못 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의견이 다르니까 사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가치와 정책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인 것과는 사뭇 다른 인식이다. 하지만 서씨의 지적처럼 두 후보는 새정치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의원 정수 조정’이란 문구에 대한 해석을 놓고서도 차이를 보였다.

유현수(이하 유)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림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단일화 과정에서도 계속 모양이 좋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한 명이 ‘나 안 하겠다’고 내지르는 느낌이 강했다. 지지자들은 서로 융합되는 것을 원했다.

신창현(이하 신) 담담했다. 안철수 나름대로 현명한 선택을 한 것 같다. 안 후보는 정치를 하기 전 교수직으로 있으면서 티브이에 나올 때가 본받을 만했다.

이문철(이하 이) 사실 내가 누구를 지지하는지 잘 모르겠다. 문재인과 안철수 둘 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두 후보가 티브이 토론을 하는 것을 보면서, 안 후보의 정책이 ‘임팩트’(충격)가 약하다고 생각했다.

정재희(이하 정) 공약에 차이가 있다 보니 편가르기 하는 듯한 모양이 나타났다. 그래서 ‘반문재인’, ‘반안철수’ 감정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공약 자체는 상충되는 면도 많고, 좁힐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지만, 그걸 단일화라는 것으로 묶으려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사회자 아까 안 후보의 사퇴로 황망했다고 얘기하셨는데, 왜 그랬나?

솔직히 가슴이 아팠다.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후보가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국민들은 안철수를 지지했다. 그런데 그 후보가 어떤 정치적인 이유로든 포기를 했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나와서 그 소식을 들었는데 되게 허무한 느낌이 들었다.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자 여론조사를 전반적으로 보면 안 후보의 사퇴 과정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것 같다. 이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연애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라는 목적은 똑같이 갖고 있는데 서로 다른 언어로 얘기를 하다 보니까 이해가 안 맞고 아귀가 안 맞은 것이다.

사회자 정책 지향점도 그렇고, 처음부터 서로 단일화하기 어려운 후보가 아니었나라는 얘기를 주로 하신 것 같다.

안철수 후보가 빨리 출마했으면 단일화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난 다르게 본다. 민주당이 ‘시선 끌기’에 성공했으면, 안 후보는 아마 한 후보를 지지하고 아예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내 얘기 들어줄 후보 없어져
뒤에서 싸우는 모습에 실망”

“단일화 갈등, 문 싫어하게 돼
두후보 지지층 양극화된 느낌”

“세자녀 대학 학자금 지원 등
시선 사로잡을 ‘정책적 한방’을”

“문, 단일화뒤 ‘안’ 만날 생각만
박과 대립각 세울 뭔가 내놔야”

사회자 안 후보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도 민주당의 잘못이라고 보나?

굳이 얘기하자면 잘못이다. 욕망 덩어리의 정당이 권력을 한번 가졌다가 (노력 없이) 다시 한번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 있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박근혜 후보한테서 국민들의 시선을 빼앗아온 안철수의 힘을 굳이 자신(민주당)들의 권력욕 때문에 증발시켜 버렸다. 이런 식의 그림(안 후보의 사퇴)들이 나오니까 너무 지친다.

마찬가지다. ‘다들 멋지고 아름다운 단일화라고 얘기를 하면서 뒤에서는 싸우는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다. 내 주변에선 안 후보가 발표하기 전에 이미 단일화하기 싫으면 하든지 말든지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지쳤다.

안 후보의 사퇴 내용에서도 ‘새 정치의 꿈이 미뤄졌다’고 얘기한 게 ‘내가 아니면 새 정치가 안 된다’로 들렸다.

사회자 안 후보 사퇴 이후 주변 20대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나는 정말 정치에 관심이 없다. 직원들은 나이가 어린데, 거의 다 안철수 지지자들이다. 안 후보 사퇴 후에 (정치) 얘기를 안 하고 관심이 없어졌다. 일만 열심히 한다. 저도 아쉽다.

문 후보를 지지하던 층에서는 ‘아,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 ‘그렇게 됐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나는 안 후보가 일반적인 시민의 입장을 반영하는 데 더 나은 후보라고 생각했는데 사퇴를 하니까…. (정치에) 실망한 채 문재인한테는 관심이 없거나 문 후보를 싫어하게 된 것 같다. 마치 (두 후보 지지층이) 양극화가 된 것 같다.

사촌동생은 대놓고 말하는 스타일인데, 지금 미국에 있다. 페이스북으로 얘기하면서 하는 얘기가 단일화할 때 싸우는 건 좋은데, 이러다 박근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얘기의 주였다. 거기에 초점이 맞춰진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누가 되든 상관이 없는데, 일단 박근혜만 안 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이러다 박근혜 되는 거 아니냐” 걱정하는 20~30대도 많아

주위 20대 초반 친구들은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별로 없다. 우리 또래는 공약을 깊이 보지 않는다. 미디어에서 많이 눈에 띄는 후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안 후보는 티브이를 통해 젊은층에 많이 알려져 있지만, 문 후보는 생소한 면이 있다. 안 후보가 이렇게 사퇴를 하고 나서 박과 문 후보가 남았는데, 전부터 눈에 띄었던 박 후보에게 관심이 가지 않을까. 주변에서 문 후보는 거론되지 않는다.

사회자 이번 안 후보의 사퇴 과정을 통해 후보들의 이미지가 어떻게 변했는가?

현실이 너무 암담해지지 않으려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서 문 후보에 대해 많이 보게 된다. 빠르게 호감이 생기고 있다.

더 좋아졌다. 안 후보와 지지자들에게 ‘미안하다’ 홈페이지와 트위터에 직접 사과 글까지 올리지 않았나.

문 후보의 이미지가 더 나쁘거나 비슷하다. 합의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의견차를 줄이지도 못해서 양보를 안 하는 이미지로 비친다.

안과 문 두 사람 모두의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

사회자 이제 대선이 문재인과 박근혜 양자 구도가 됐다. 지지후보가 바뀐 분 있나?

안철수를 지지한 것은 정권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 근본적인 목표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문재인을 지지한다.

서로 포용했으면 좋았겠다라는 안타까움이 있다. 투표는 할 것이다.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하다. 최철수씨는 토론회 전 야권 성향이긴 하지만 지지 후보가 딱히 없다고 밝혔지만, 중간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서은정, 유현수씨,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신창현씨는 안 후보의 사퇴와 상관없이 후보 지지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자 야권 후보 단일화 이후 박근혜와 문재인 중 누가 될 것 같다고 보나?

20~30대 안철수 후보 지지층의 투표율이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당과 문재인의 지지층들이 안철수 후보를 어떻게 안고 가느냐가 문제일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사실 어렵다고 본다.

사회자 그렇다면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이려면?

(감동적인) 드라마가 필요하다. 안철수 후보처럼 국민들의 시선을 끌어잡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야권의 이미지가 많이 실추된 이 와중에 뭔가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공감한다. 방금 말한 그런 전략을 세워서 한다면 문재인씨가 충분히 되지 않을까. 정책적으로는 ‘한방’이 필요한 것 같긴 하다. 지금은 (문재인의) 존재감이 부족하다. 여러 참가자들이 박 후보가 내놓은 세 자녀 대학 학자금 전액 국비 지원 정책을 ‘정책적 한방’으로 거론하면서, 대중에게 쉽게 각인되고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정책의 사례로 꼽았다.

사회자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면 충분히 문 후보의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그렇다.

사회자 안철수 지지층도 문 후보 쪽에 붙을 것으로 보나?

그것은 민주통합당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보면 투표를 할까 말까 하는 무당파층이 20%가량이나 나온다. 민주당에서 뭔가 감성적인 것을 내놓으면 이들이 돌아서지 않을까? 참석자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는 안철수 지지자들을 문 쪽으로 돌아세우려면 뭔가 감성적, 드라마와 같은 감동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물음표를 던졌다.

사회자 이번 대선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문 후보가 이겼으면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민주당이나 문 후보가 단일화에 너무 초점을 맞춰서 그 이후 생각을 안 한 것 같다.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안철수를 만날 생각만 하는 것 같다. 새누리당과 대립각을 세워서 뭔가 내세워야 한다고 본다.

안철수 후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서 앞으로 많은 표가 바뀔 것 같다.

정리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관련영상] <한귀영의 1 2 3 4 #9> 부동층 51.7% “정권교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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