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맨 오른쪽)가 27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두관 전 지사,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의 무소속 권영길 후보. 창원/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문재인, 부산·창원서 유세
지하철 타고 공항 가며 시민의견 들어
동남권 신공항 무산 ‘새누리 책임론’ 부각
김두관·손학규·정세균 등 유세장 출동
지하철 타고 공항 가며 시민의견 들어
동남권 신공항 무산 ‘새누리 책임론’ 부각
김두관·손학규·정세균 등 유세장 출동
부산 사상구 서부버스터미널 앞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조혜숙(55)씨는 멀리 유세트럭에 올라 연설에 열중하고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한참 건너다봤다. 7개월여 전, 조씨는 같은 자리에서 문 후보를 처음 봤다고 했다. 그때보다 후한 점수를 줬다. “인물 더 좋아졌네. 전에 (총선 때)보다 말도 더 잘하고. 대통령 될 사람이라카니까 아무래도 좀 달라 보이지.”
문재인 후보는 27일 시작된 대통령 선거운동의 첫 유세장소로 그토록 주저했던 ‘정치’를 시작한 곳을 택했다. 초선 국회의원에 도전하며 “사상구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바로 그곳이다. 대각선 길 건너로 문 후보가 선거사무실로 썼던 건물도 눈에 들어왔다.
오전 9시20분, 문 후보가 마침내 마이크를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거듭된 환호를 받은 문 후보의 얼굴에도 자신감 묻어났다.
“저는 오늘 저를 키워주신 부산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는 승리의 첫걸음을 시작합니다. 부산시민들께서 저를 국회의원으로, 민주통합당 후보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야권 단일후보가 되었습니다. 약속드린 대로 새로운 정치를 통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새 시대를 여는 첫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피케이(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사활을 건 만큼, 문 후보는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민심을 자극했다. “청년고용률은 전국 최악, 고령화율은 전국 최고입니다. 이게 다 새누리당 일당 독점 20년 동안 만들어진 성적표 아닙니까. 부산 시민들이 염원했던 동남권 신공항이 어디에 들어설지 부산시민들 다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특정 지역에 유리하게 입지를 옮기려는 정치적 목적이 개입하면서 무산됐습니다. 그 배후에 박근혜 후보가 있었다는 것을 부산시민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찬조 연설자로 나선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부산 시민들이 50% 지지를 몰아주면, 제가 대구에서 40% 지지를 얻어내겠다”고 장담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 때 김정길 민주당 후보에게 44%의 표를 주셨다. 7%만 더 주셔서 50%를 넘겨달라”고 호소했다.
공식 선거일 첫날, 문 후보의 일정은 새벽부터 오전까지 서울 노량진과 부산, 창원 유세로 촘촘하게 이어졌다. 노량진 지하철역에서 부산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포공항까지 이동하며 고시생, 출근길 직장인 등을 만났고, 부산과 창원 유세 일정도 오전에 모두 끝냈다.
하지만, 김해공항에서 낮 12시 비행기로 상경한 뒤부터 저녁 광화문 유세 때까지 외부 일정을 전혀 잡지 않았다. 시간 단위로 숨가쁘게 움직여야 할 유세 첫날 오후 4~5시간 남짓을 포기한 셈이다. 문 후보가 다음날 일정을 한 시간 단위로 빽빽하게 채워둔 것과도 비교되는 부분이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가 캠프 해단식에 참석할 수도 있어 이를 고려해 일정을 비워둔 것은 맞는데, 해단식이 연기되어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애초 안철수 후보와 만나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정을 잡았던 것이다.
문 후보는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을 배려하고 이들의 섭섭함을 달래는 데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부산, 창원, 광화문 유세 때마다 “어쩌면 제가 흘릴 수도 있었던 안 후보의 눈물과 그 진심을 결코 잊지 않겠다. 안 후보와 함께 새 정치의 꿈을 꼭 이뤄내고,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모든 국민과 함께 `대통합 국민연대’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또 “진보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도 정권교체를 위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저를 지지하시는 분들,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 그리고 두 후보의 단일화를 염원하면서 지켜보셨던 분들, 이제 모두 함께 손을 잡아 달라”고 말했다.
부산, 창원 유세에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광화문 유세에는 손학규 전 대표와 정세균 당 상임고문이 지원에 나서는 등 문 후보와 경쟁했던 경선주자들을 비롯해 당 지도급 인사들이 총출동해 문 후보를 지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캐스트 #1] 박근혜·문재인 누가 이길까?
<한겨레 인기기사>
■ ‘박근혜 TV토론’ 방청객 질문까지 ‘사전조율’ 논란
■ 박 ‘박정희 대 노무현’ 문 ‘과거 대 미래’ 프레임전쟁 시작
■ 일 ‘홍백가합전’ 한국가수 쏙 뺀 까닭은?
■ 중국 누리꾼 ‘항모 스타일’ 패러디 열풍
■ 자동차 블랙박스 ‘저질 중국산’ 주의보
■ 원더걸스 선예, 내년 1월 선교사와 결혼
■ 예의 없는 학생, 그들이 내 스승
■ ‘박근혜 TV토론’ 방청객 질문까지 ‘사전조율’ 논란
■ 박 ‘박정희 대 노무현’ 문 ‘과거 대 미래’ 프레임전쟁 시작
■ 일 ‘홍백가합전’ 한국가수 쏙 뺀 까닭은?
■ 중국 누리꾼 ‘항모 스타일’ 패러디 열풍
■ 자동차 블랙박스 ‘저질 중국산’ 주의보
■ 원더걸스 선예, 내년 1월 선교사와 결혼
■ 예의 없는 학생, 그들이 내 스승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