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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또 한번 아름다운 양보…안철수의 길 어디로?

등록 2012-11-23 23:22수정 2012-11-24 11:08

안철수 사퇴|안철수의 길 어디로
단일화 이견 못좁히자 깊은 고민…TV토론 이후 ‘양보’ 거론
‘동시등록’때 쏟아질 비난도 부담…선거운동 적극 나설 듯

“단일화 약속 소중한 가치”…승부사 안철수 ‘두번째 양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또 한번 아름다운 양보를 선택했다.

안 후보는 23일 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뤄내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안철수가 되는 것보다 정치인 안철수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힌 것이다. 안 후보는 정치인의 길을 가기를 결심하면서 약속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해 왔다고 한다. 안 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안 후보는 지금의 20~30대들이 자신을 절대적으로 성원하는 이유는 교과서에 실린 자신의 글을 보고 배웠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평한 바 있다.

물론, 안 후보가 사퇴하게 된 이유는 정면충돌 양상으로 이어지는 단일화 협상 때문이었다. 안 후보가 처음 후보직 양보 또는 사퇴를 이야기한 것은 지난 21일 텔레비전 토론 이후부터였다고 한다. 안 후보 쪽 핵심 관계자는 “텔레비전 토론 당시 문 후보가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과 내용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안다. 후보가 그 이후부터 후보직 사퇴와 양보부터 각자 후보를 등록하는 경우까지 모든 방안을 놓고 깊은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캠프의 전략가들은 안 후보에게 텔레비전 토론 직전까지 문 후보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문 후보를 참여정부의 실정과 연결시켜 공격할 소재들을 상당수 건넸다고 한다. 안 캠프의 정책 쪽 핵심 관계자는 “그러나 막상 토론에 들어가서는 그런 내용들을 거의 제기하지 않더라”고 전했다. 안 후보는 전날 텔레비전 토론 사전연습 과정에서도 문 후보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를 주문하는 요구에 불편한 표정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가 양 캠프 모두 정면대치 상황을 보이던 22일 저녁 ‘두 후보 중 한 명은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22일 오전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회동에서 문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해 달라는 뜻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자신이 이기는 결과를 근거로 후보 양보를 요구했지만, 문 후보가 단호한 태도로 거부하자 자신이 뜻을 접을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마음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22일 양자회동이 끝난 뒤부터 캠프 인사들과의 연락도 끊고 장고에 들어갔다. 안 후보 쪽 핵심 관계자로부터 “안 후보가 과감히 후보직을 내려놓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 것이 바로 그 시각이었다.

안 후보가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은 장기적 전망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서로 극한대치 끝에 동시에 후보 등록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모든 비난은 안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문 후보는 당 조직과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만들어진 견고한 정치적 지지층에 기반하고 있지만, 자신은 견고한 조직도 지지층도 없는 상황에서 비판을 맨몸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게 여건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안팎의 압력으로 후보직을 사퇴하게 될 경우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높았다.

안철수 후보가 23일 저녁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캠프 인사와 지지자들을 뒤로한 채 떠나고 있다. 안 후보는 회견에서 문재인 후보를 단일후보로 지지할 뜻을 밝히며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안철수 후보가 23일 저녁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캠프 인사와 지지자들을 뒤로한 채 떠나고 있다. 안 후보는 회견에서 문재인 후보를 단일후보로 지지할 뜻을 밝히며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안 후보는 이날 사퇴선언문에서 앞으로 정치인 안철수의 길을 갈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 제게 주어진 시대의 역사적 소명을 잊지 않겠다.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그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는 문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로 민주통합당에 합류하는 수준으로까지 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대선 이후로는 안철수재단 운영, 정치쇄신을 위한 사회운동과 연구소 운영 등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길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캠프에 참여했던 한 소장 정책전문가는 “안 후보가 캠프 참여를 권유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연구소를 만들어서 함께 할 테니 같이해 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안 후보에게는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을 통해 정치적으로 재기를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때 정치쇄신을 말하며 민주당에 들어가 당권을 잡거나, 본인 주도의 신당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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