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21일 밤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단일화를 위한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 “대북정책 MB정부 같다” 안 “참여정부-삼성 결합되며 개혁축소”
문, 안 대북정책 허점 따지자
안, 참여정부 삼성관계 꼬집어
의원 수 축소 일자리 창출 등
자신 있는 분야 공세적 질문
누리꾼 “경청 보기 좋다”
“밋밋하다” 평가 엇갈려 용호상박이었다.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질문의 내용은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21일 밤 11시15분부터 100분 동안 진행된 후보 단일화 토론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게 격돌했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그동안 내놓은 정책의 허점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공격적으로 토론을 벌였다. 안철수 후보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이명박 정부와 다르지 않다고 다소 거친 표현까지 사용했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의 정책을 물어보면서 자신의 정책도 곁들여 소개하는 대화 방식으로 토론을 펼쳤다. 하지만 최장집 교수의 말을 인용해 참여정부가 집권 엘리트, 경제관료, 삼성재벌에 휘둘린 것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두 사람의 토론 전략은 모두발언부터 확연히 차이가 났다. 문재인 후보는 국가적 위기에 대처하려면 국정의 구조와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며 자신도 참여정부 5년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메커니즘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메커니즘을 모르면 관료, 재벌에 휘둘린다고 말했다. 국정은 좋은 뜻과 의지만으로 안 된다고도 했다. 국정 경험이 없는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을 잘할 수 없다는 강경한 발언이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시내버스 운행 때문에 불편을 겪게 될 시민들을 걱정하는 것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대선 출마 이후 만나본 30대 주부, 진도 할머니, 40대 직장인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국민이 정치를 이겨보겠느냐는 말도 했다. 자신의 출마 명분인 ‘새로운 정치’의 필요성을 국민들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감성적인 스타일로 접근한 셈이다.
단일화 규칙을 둘러싼 기싸움에서도 물러섬이 없었다. 문재인 후보는 정치 분야 주도권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내일 두 사람이 만나서 담판을 짓자”고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또 한발씩 물러서서 합의를 해야 하는데, 안철수 후보 협상팀이 재량권을 갖고 있지 못해 처음 제안에서 전혀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공격했다.
안철수 후보는 “처음 제안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제안했고 민주당 쪽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해서 협상이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대표선수를 뽑아야 한다”고 말해,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 가상대결 방식을 거듭 요구했다.
두 후보는 대체로 자신이 강한 분야에서 공세를 취했다. 문재인 후보는 정치 분야에서 안철수 후보의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 정치쇄신 방안이 정치를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후보는 새정치 공동선언에 민주당도 동의했기 때문에 합의한 것 아니냐고 방어했다. 안철수 후보는 경제성장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문재인 후보에게 집요하게 따졌다. 문재인 후보가 “수출이 늘어도 혜택이 나눠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변하자, 안철수 후보는 “실물보다 금융부문이 과도하게 커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누리꾼들은 트위터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두 후보의 토론 실력에 대한 평가를 쏟아냈다. 누리꾼들은 두 사람의 토론 태도에 대해 “상대방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모습이 좋다”고 평가했지만, “너무 밋밋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한귀영의 1 2 3 4 #8] 단일화 룰, ‘디테일’은 여기에!
안, 참여정부 삼성관계 꼬집어
의원 수 축소 일자리 창출 등
자신 있는 분야 공세적 질문
누리꾼 “경청 보기 좋다”
“밋밋하다” 평가 엇갈려 용호상박이었다.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질문의 내용은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21일 밤 11시15분부터 100분 동안 진행된 후보 단일화 토론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게 격돌했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그동안 내놓은 정책의 허점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공격적으로 토론을 벌였다. 안철수 후보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이명박 정부와 다르지 않다고 다소 거친 표현까지 사용했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의 정책을 물어보면서 자신의 정책도 곁들여 소개하는 대화 방식으로 토론을 펼쳤다. 하지만 최장집 교수의 말을 인용해 참여정부가 집권 엘리트, 경제관료, 삼성재벌에 휘둘린 것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두 사람의 토론 전략은 모두발언부터 확연히 차이가 났다. 문재인 후보는 국가적 위기에 대처하려면 국정의 구조와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며 자신도 참여정부 5년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메커니즘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메커니즘을 모르면 관료, 재벌에 휘둘린다고 말했다. 국정은 좋은 뜻과 의지만으로 안 된다고도 했다. 국정 경험이 없는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을 잘할 수 없다는 강경한 발언이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시내버스 운행 때문에 불편을 겪게 될 시민들을 걱정하는 것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대선 출마 이후 만나본 30대 주부, 진도 할머니, 40대 직장인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국민이 정치를 이겨보겠느냐는 말도 했다. 자신의 출마 명분인 ‘새로운 정치’의 필요성을 국민들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감성적인 스타일로 접근한 셈이다.
21일 밤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문재인 안철수 야권 후보들의 토론회가 방송중계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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