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요한 건 실천의 방법론과 의지다. 11월14일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식당에서 열린 두 후보의 경제복지팀 회의에서 문 후보 쪽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왼쪽)과 안 후보 쪽 장하성 국민정책본부장이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경제민주화’ 화두서 ‘친재벌 대 서민’ ‘기득권 대 나머지’ 구도 부각시켜
문·안 후보가 아무리 다짐한들 당의 DNA를, 캠프 구성을 눈여겨봐야 “박근혜 후보가 드디어 경제민주화 가면을 벗고 생얼굴을 드러냈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경제민주화이며, 1%를 대변하는 세력과 99%를 대변하는 세력의 대결이다.”(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무늬만 흉내 낸 가짜다. 경제민주화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꼭 이뤄야 하는 시대정신이며, 재벌 편에 서서 본질을 왜곡시키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안 쓰던 공격적인 단어 써가며 좀처럼 공격적인 단어를 입에 담지 않는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11월13일 동시에 ‘생얼굴’ ‘가짜’라는 표현을 써가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비판했다. 두 후보의 ‘워딩’까지 비슷했다. 누가 단일후보가 되든, 박 후보와 일대일 구도에서 경제민주화는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사실상 결별함으로써 선거 구도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박 후보에게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를 선점당했던 야권은 이 일을 계기로 ‘친재벌 대 서민’ ‘기득권 대 나머지 다수’라는 구도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문·안 후보의 맹렬한 공격도 이와 다름없다. 두 후보는 11월14일 ‘단일화된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책 협의를 시작했다. 문 후보 쪽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과 김수현 세종대 교수, 안 후보 쪽 장하성 국민정책본부장과 홍종호 서울대 교수가 두 후보의 협의체인 ‘경제복지팀’에서 머리를 맞댔다.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성장과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사두마차 경제론’을, 안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한 바퀴, 혁신경제가 다른 한 바퀴를 이뤄 일자리 창출이라는 체인으로 연결하는 ‘두 바퀴 경제론’을 주장해왔다. 큰 틀의 원칙과 방향에서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양쪽이 얼마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합의해 내놓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이정우 위원장은 “95%는 같고, 5%는 다른 것 같다. 차이를 놓고 토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성 본부장은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에서는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대안을 반드시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를 개혁하는 방법이 다르다. 문 후보 쪽은 당장 재벌에 칼을 들이대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순환출자 3년 내 해소,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등 소유지배구조 개선에 직접적인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 쪽은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섭다고 말한다. 대통령 직속으로 재벌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재벌이 자율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유도하되,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2단계로 개열분리명령제 등 강력한 조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 쪽은 당장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에 칼을 들이대겠다는 입장이고 안 후보 쪽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유도한다는 태도다. 복지정책에서도 문 후보는 ‘보편적 복지’를, 안 후보는 ‘노인빈곤 제로(0)’를 내걸었다. ‘최대 강령’ 수준에 머물러선 안 돼 복지정책에 대한 강조점도 다르다. 문 후보는 ‘보편적 복지’를, 안 후보는 ‘노인빈곤 제로(0)’를 내걸었다. 문 후보가 “우리나라 첫 번째 복지국가 대통령이 되겠다”며 복지 문제를 전면화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안 후보 쪽은 “시행할 수 있는 약속만 하겠다”는 현실 정합성을 강조한다. 예컨대 문 후보는 본인 부담 의료비 연간 100만원 상한제 실시를 공약했는데, 안 후보는 이처럼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정책은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후보 등록(11월25~26일)까지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 후보의 경제복지팀이 이런 차이를 얼마나 조율해 선보일지는 다소 불투명하다. 안 후보가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노동정책이 얼마나 포함될지도 미지수다. 특히 양쪽 모두 그동안 복지 공약의 재원 조달 방안이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증세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부자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말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실시된 감세를 철회하는 ‘부분적 증세’에 그치고 있다. 안 후보는 “복지 규모가 확대되면 증세는 필요하지만, 재원이 부족하다고 무조건 증세를 할 수는 없다”며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견해만 밝히고 있다. 경제복지팀의 정책 합의 수준이 ‘최대 강령’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대 강령은 정치적으로 야권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선거 승리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미흡할 경우 집권 이후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11월14일 서울 덕성여대 종로캠퍼스에서 열린 대선 후보 정책 비교 토론회에서 “한국에서 부족한 것은 거대 담론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는 능력이다. 이른바 개혁·진보 진영은 특히 그러하다”며 두 캠프가 “경제민주화의 방법론적 원칙에 합의할 것”을 주문했다. 김 소장은 이런 맥락에서 방법론을 고민할 주체, 즉 후보를 둘러싼 참모와 정당 조직의 특성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새누리당은 지지고 볶고 싸우다가도 보스가 결정하면 모두 그리로 달려가는 DNA를 가진 조직”이라는 김종인 위원장의 말을 빗대어 이렇게 ‘경고’한다. 두 경제복지팀은 ‘하나의 팀’이 될까 “민주당은 선거로 자신들의 보스를 뽑고도 절대 그 보스를 따라가지 않을 DNA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다. 문 후보가 아무리 참여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들, 당 자체가 재벌과 경제 관료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안철수 캠프는 어떤 DNA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는지 아직 확인도 하지 못한 상태의 조직이다. 바로 이것이 이헌재 전 부총리로 상징되는 경제 관료들에 포획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은 배경이다. 안 후보와 전문가들의 정책이 정당 조직 및 정치 과정을 결여한 상태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두 후보의 경제복지팀이 이런 지적을 넘어선 ‘하나의 팀’으로 활약할지에 경제민주화의 미래가 달렸다는 얘기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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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 후보가 아무리 다짐한들 당의 DNA를, 캠프 구성을 눈여겨봐야 “박근혜 후보가 드디어 경제민주화 가면을 벗고 생얼굴을 드러냈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경제민주화이며, 1%를 대변하는 세력과 99%를 대변하는 세력의 대결이다.”(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무늬만 흉내 낸 가짜다. 경제민주화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꼭 이뤄야 하는 시대정신이며, 재벌 편에 서서 본질을 왜곡시키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안 쓰던 공격적인 단어 써가며 좀처럼 공격적인 단어를 입에 담지 않는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11월13일 동시에 ‘생얼굴’ ‘가짜’라는 표현을 써가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비판했다. 두 후보의 ‘워딩’까지 비슷했다. 누가 단일후보가 되든, 박 후보와 일대일 구도에서 경제민주화는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사실상 결별함으로써 선거 구도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박 후보에게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를 선점당했던 야권은 이 일을 계기로 ‘친재벌 대 서민’ ‘기득권 대 나머지 다수’라는 구도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문·안 후보의 맹렬한 공격도 이와 다름없다. 두 후보는 11월14일 ‘단일화된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책 협의를 시작했다. 문 후보 쪽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과 김수현 세종대 교수, 안 후보 쪽 장하성 국민정책본부장과 홍종호 서울대 교수가 두 후보의 협의체인 ‘경제복지팀’에서 머리를 맞댔다.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성장과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사두마차 경제론’을, 안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한 바퀴, 혁신경제가 다른 한 바퀴를 이뤄 일자리 창출이라는 체인으로 연결하는 ‘두 바퀴 경제론’을 주장해왔다. 큰 틀의 원칙과 방향에서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양쪽이 얼마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합의해 내놓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이정우 위원장은 “95%는 같고, 5%는 다른 것 같다. 차이를 놓고 토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성 본부장은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에서는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대안을 반드시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를 개혁하는 방법이 다르다. 문 후보 쪽은 당장 재벌에 칼을 들이대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순환출자 3년 내 해소,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등 소유지배구조 개선에 직접적인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 쪽은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섭다고 말한다. 대통령 직속으로 재벌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재벌이 자율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유도하되,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2단계로 개열분리명령제 등 강력한 조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 쪽은 당장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에 칼을 들이대겠다는 입장이고 안 후보 쪽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유도한다는 태도다. 복지정책에서도 문 후보는 ‘보편적 복지’를, 안 후보는 ‘노인빈곤 제로(0)’를 내걸었다. ‘최대 강령’ 수준에 머물러선 안 돼 복지정책에 대한 강조점도 다르다. 문 후보는 ‘보편적 복지’를, 안 후보는 ‘노인빈곤 제로(0)’를 내걸었다. 문 후보가 “우리나라 첫 번째 복지국가 대통령이 되겠다”며 복지 문제를 전면화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안 후보 쪽은 “시행할 수 있는 약속만 하겠다”는 현실 정합성을 강조한다. 예컨대 문 후보는 본인 부담 의료비 연간 100만원 상한제 실시를 공약했는데, 안 후보는 이처럼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정책은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후보 등록(11월25~26일)까지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 후보의 경제복지팀이 이런 차이를 얼마나 조율해 선보일지는 다소 불투명하다. 안 후보가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노동정책이 얼마나 포함될지도 미지수다. 특히 양쪽 모두 그동안 복지 공약의 재원 조달 방안이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증세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부자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말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실시된 감세를 철회하는 ‘부분적 증세’에 그치고 있다. 안 후보는 “복지 규모가 확대되면 증세는 필요하지만, 재원이 부족하다고 무조건 증세를 할 수는 없다”며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견해만 밝히고 있다. 경제복지팀의 정책 합의 수준이 ‘최대 강령’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대 강령은 정치적으로 야권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선거 승리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미흡할 경우 집권 이후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11월14일 서울 덕성여대 종로캠퍼스에서 열린 대선 후보 정책 비교 토론회에서 “한국에서 부족한 것은 거대 담론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는 능력이다. 이른바 개혁·진보 진영은 특히 그러하다”며 두 캠프가 “경제민주화의 방법론적 원칙에 합의할 것”을 주문했다. 김 소장은 이런 맥락에서 방법론을 고민할 주체, 즉 후보를 둘러싼 참모와 정당 조직의 특성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새누리당은 지지고 볶고 싸우다가도 보스가 결정하면 모두 그리로 달려가는 DNA를 가진 조직”이라는 김종인 위원장의 말을 빗대어 이렇게 ‘경고’한다. 두 경제복지팀은 ‘하나의 팀’이 될까 “민주당은 선거로 자신들의 보스를 뽑고도 절대 그 보스를 따라가지 않을 DNA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다. 문 후보가 아무리 참여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들, 당 자체가 재벌과 경제 관료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안철수 캠프는 어떤 DNA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는지 아직 확인도 하지 못한 상태의 조직이다. 바로 이것이 이헌재 전 부총리로 상징되는 경제 관료들에 포획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은 배경이다. 안 후보와 전문가들의 정책이 정당 조직 및 정치 과정을 결여한 상태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두 후보의 경제복지팀이 이런 지적을 넘어선 ‘하나의 팀’으로 활약할지에 경제민주화의 미래가 달렸다는 얘기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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