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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길을 찾아서] ‘햇볕정책’ 불신한 북한, DJ 비난 계속 / 한완상

등록 2012-11-19 20:27수정 2012-11-20 09:40

1999년 7월29일 김대중 대통령이 여름휴가지인 청남대에서 윌리엄 코언(왼쪽) 미국 국방장관을 맞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 등에 대한 공동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 무렵 북한은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며 미국에 직접 대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1999년 7월29일 김대중 대통령이 여름휴가지인 청남대에서 윌리엄 코언(왼쪽) 미국 국방장관을 맞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 등에 대한 공동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 무렵 북한은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며 미국에 직접 대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한완상 비망록-햇볕 따라 평화 따라 135
1999년 7월13일 오랜만에 이인제 전 의원을 만났다. 그는 97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으나, 디제이 이후 ‘3김 체제’가 막을 내리면 한번 더 대권에 도전할 의지를 갖고 있었다. 3김 정치는 현대판 봉건정치이기도 하고 저질의 붕당정치이기도 하며, 지역감정을 바탕으로 정치세력을 유지하는 전근대적 정치세력이기 때문에 21세기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새로운 정치적 기회가 올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가 정치적 내공을 깊이 쌓아간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아직 나이가 창창하니까.

8월3일 저녁에 새정치국민회의 이만섭 총재권한대행과 남궁진 의원을 만났다. 신당에 들어오라고 하기에 나는 그럴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침 한화갑 전 원내총무도 정당정치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만일 정당정치가 온갖 오염과 부정을 제거하는 일이라면 왜 내가 주저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만일 디제이가 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고 이 땅의 모든 평화세력, 모든 인권세력, 모든 민주세력을 규합해 개혁전쟁에 나서자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백의종군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북한 당국은 제네바 합의문에 들어있지 않은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미국이 중단을 요구하며 강력하게 비판한 것에 대해 지난달 26일 공식 담화문을 발표했다. 협박하는 투의 거친 표현도 있으나, 담화문의 행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북한이 대미관계 개선을 더 바라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사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위성개발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미간 또는 다자간 별도의 대화가 필요한 듯하다.

최근 80년대 초 주미한국대사관 정보담당 공사(안기부 파견)였던 손장래 예비역 장군이 <대한매일>에 북한과 관련해 흥미롭고도 용기있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북한이 ‘필사즉생’의 정신으로 오늘의 난국과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하면서 북한과 역지사지하는 차원에서 상황을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첫째로, 영변 핵 의혹은 94년 제네바 북-미 합의로 일단 해소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합의문에서 3개월 안에 이행하기로 한 5개 조처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대사급으로 격상, 경제제재 해제와 지원, 경수로발전소 건설, 중유 공급’이 바로 그것이다. 둘째, 최근 금창리 핵시설은 빈 동굴임이 판명되었다. 셋째, 이른바 ‘5027계획’은 유사시 북진하여 민주정부를 세운다는 것으로, 북에는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넷째, 미사일 문제는 제네바 북-미 합의문에는 언급되지 않은 사안이다. 그래서 북의 미사일 발사와 판매는 전적으로 주권 행사이므로 미국이 비난할 사안이 아니다. 북의 미사일 수출을 막으려면 미국이 수출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그의 의견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전 합참 전략기획국장이자 안기부 2차장까지 지낸 고위 정보전문가가 언론에 소신을 당당하게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사실 80년대 초 내가 미국 망명 중일 때 그는 워싱턴의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며 나에 대해 불쾌한 언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다소 섭섭하게 생각했던 나는 그의 글을 찬찬히 읽으며 오해를 풀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생각하는 그에게 고마움마저 느꼈다.

8월17일 북한 당국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틀 전 김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비난했다. 또다시 지난해 4월 베이징 비료회담의 결렬 사실을 언급하며 그 책임을 국민의 정부 탓으로 돌렸다. 성명문을 찬찬히 읽으면서 나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특히 디제이의 햇볕정책을 국제적 지지를 얻기 위한 ‘구걸외교의 수단’이라고 폄훼하고 있다. 햇볕정책을 미국이 데탕트정책으로 공산권을 붕괴시켰던 이른바 ‘평화적 이행 전략’의 하나로 규정하며, 국민의 정부가 결국 햇볕전술로 북한을 붕괴시키려 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평양은 대안으로 남북 체제를 서로 존중하면서 서로 먹고 먹히지 않는 통일 방안으로 연방제식 통일
한완상 전 부총리
한완상 전 부총리
정책을 강조했다. 이런 오해에 대해 디제이 정부는 북한 당국과 하루빨리 진정성 있는 소통의 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성명문은 서해 해상 경계선 문제에 대해 어디까지나 미군과 인민군 간에 협의해야 할 문제라고 못박았다. 이어 8월18일에도 성명을 통해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직접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바로 이런 평양의 통미 의지를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한완상 전 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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