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왼쪽)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단일화 협상 중단 뒤 처음으로 만났다. 두 후보가 아버지를 따라 집회장에 온 조용균(9)군이 내민 양손을 각각 잡고 활짝 웃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안철수 “가까운 시일안에 만나자”
문 “오늘 당장이라도 협의” 제안
안, 인터뷰 일정 취소 뒤 서울행
12일만에 배석자 없이 전격회동 18일은 야권의 대선후보 단일화와 관련된 중요한 일들이 숨가쁘게 일어난 긴박한 하루였다. 양쪽의 전격적인 결정들이 신속하게 발표됐다. ‘2012년 대선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결정들이 선거일을 한달 앞둔 11월18일 하루에 모두 결정됐다’고 기록될지도 모를 하루였다. 16일까지만 해도 두 후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였다. 안 후보는 “깊이 실망했다”고 했고, 문 후보는 “안 후보가 과장된 보고를 받고 있다”고 맞받았다. 야권 지지층 사이에선 단일화가 위태롭게 흔들리다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까지 나왔다. 방향 전환의 단초는 17일 문재인 후보와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전화통화였다. 이 대표가 대표직 사퇴 뜻을 밝히자 문 후보는 “어려운 결단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단일화 성공으로 보답하겠다”고 화답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어 다른 최고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퇴 뜻을 설명하며 18일 오전 11시 긴급최고위원회 소집 사실을 전달했다. 이해찬 대표와 지도부의 총사퇴 기자회견은 얽히고 꼬인 단일화의 매듭을 푸는 실마리로 작용했다. 광주를 방문중이던 안철수 후보는 낮 12시10분 충장로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만남에서 “서울에 올라가는 대로 가장 가까운 시일 안에 문재인 후보를 만나 단일화를 재개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자 한다”며 문 후보에게 즉각 회동을 제안했다. 이해찬 대표의 사퇴에 대해선 ‘살신성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20분 뒤인 12시30분, 문재인 후보는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애초 문 후보에게 메시지팀이 써준 원고에는 안 후보에게 회동을 제안하는 내용 정도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자신이 직접 쓴 회견 내용을 밝혔다. 안 후보에게 조속한 회동을 제안하면서 “신속한 타결을 위해 여론조사 방식이든 ‘여론조사+알파(α)’든 단일화 방안을 안 후보 쪽이 결정하도록 맡기겠다”는 내용이었다. 문 후보는 “당장 오늘 오후 또는 밤부터라도 협의를 다시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고 제안했다. 예상보다 한 걸음 더 나간 내용이었다. 안철수 후보는 광주 방문 일정을 마친 뒤 오후 4시30분 비행기 편으로 상경했다. 안 후보 쪽도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사퇴와 문 후보와의 만남을 어느 정도는 예견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단일화 방식을 안 후보 쪽에 일임하겠다는 문 후보의 제안까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다. 예정돼 있던 <조선일보> 등 3개 언론사와의 인터뷰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안 후보 캠프의 한 핵심 인사는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 언론사 인터뷰는 모두 연기했다. 우리는 후보가 편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상경 즉시 캠프 핵심인사들과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는 저녁 8시 서울 중심가의 한식당에서 다시 마주앉았다. ‘후보 등록 이전 단일화’를 합의한 지난 6일 회동 이후 12일 만이다. 이번에도 배석자 없이 진행된 두번째 회동은 30분 만에 마무리돼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새정치 공동선언문에 합의하고 단일화 방식을 협상팀에서 논의하는 결정이었다. 애초 문 후보는 12시30분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방식을 안 후보에게 일임하는 것이었으나 회동 결과 단일화 협상팀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자 안 후보 캠프에서는 “(문 후보가) 양보한 것이 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협상은 모든 걸 실무협상팀이 주도했다. 협상단이 몇 차례 깨졌다가 재구성되는 동안 두 후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엔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중요한 고비마다 직접 ‘주연’으로 나서고 있다. 협상이 중단될 때도, 서로에게 서운함을 나타낼 때도, 그리고 엉킨 실타래를 풀어갈 때도 직접 두 후보가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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