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박근혜 캠프, 단일화 회동일 정치혁신안 발표했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단일화’ 원색적 공격… 전략 부재 속 “근소한 차 승리” 낙관론 여전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단일화 때리기’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주도하는 단일화 국면을 돌파할 뚜렷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을 ‘홍어×’로 보는 대국민 사기쇼”
야권 단일화 회동이 이뤄진 11월6일 박 후보는 정치쇄신안을 발표했다. 내용과 수위를 확정하지 못하고 표류하던 쇄신안을 던지는 것으로 단일화 프레임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당초 “별로 초점이 아니다”라던 개헌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박 후보는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나가겠다”고 했다. 이 밖에 국민참여경선의 법제화, 기초단체장과 의원의 정당공천 폐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 등의 쇄신안도 함께 나왔다. 하지만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간의 ‘정치 혁신논란’을 벗어난 새로운 의제는 없었다. 박근혜표 정치쇄신안은 그대로 묻혀버렸다. 전략 부재는 언어의 공격성을 잉태한다. 단일화 합의 하루 뒤인 11월7일 박 후보는 “국가 간 약속도 뒤엎겠다고 공언하는 세력, 북방한계선(NLL)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세력에게 우리의 안전과 미래를 맡길 수 있겠나. 국민의 삶과 상관없는 단일화 이벤트로 민생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가”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같은 날 박 후보는“국민들이 판단하고 검증할 기회가 없다”며 “누구를 위한 일화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캠프 인사들은 더욱 원색적이다. ‘밀실’ ‘야합’ ‘꼼수’ 등의 표현이 동원됐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단일화는 충분히 예상됐던 정치공학적 술수”라며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는 이번 대선을 한낱 정치놀음으로 전락시킨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병아리가 알에서 부화하는 데도 21일이 걸리는데 야권 대선후보들이 21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건 기가막힌 코미디”라고 했다. 결국 사고가 터졌다. 김태호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의장은 11월9일 중앙선대본부 회의에서 “대선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를 하는 것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것으로, 국민을 ‘홍어×’ 정도로만 보는 이런 대국민 사기쇼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인 동시에 수준 이하의 막말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발언의 당사자와 캠프의 박선규 대변인이 공식 사과해야 했다.
거센 단일화의 파고를 뛰어넘을 방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캠프 내부에도 심상찮은 기류가 흐른다. 봉합된 것처럼 보였던 박 후보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사이의 ‘경제민주화 갈등’이 다시 분출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박 후보는 11월8일 경제단체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김종인 위원장이 박 후보에게 보고한 경제민주화 공약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위원장은 앞서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재벌들의 순환출자 구조에 대한 박 후보의 소신은 변한 적이 없다. 그는 대선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한 7월10일에도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는 제한하되 기존 순환출자분에 대해선 손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설화나 내홍으로 끝날 수 있을까
논란이 일자 김 위원장은 “박 후보가 의결권 제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박 후보가 어떻게 해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도 자신이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언론을 통해 김 위원장이 공약의 내용을 밝힌 대목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후보 본인과 경제민주화 공약의 사령탑인 김 위원장 사이에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두 차례의 설화나 내홍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박 후보가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파괴력을 대내외에 각인시켰던 4·11 총선과 대선을 코앞에 둔 현재의 행보를 비교하면 읽힌다. 총선에서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전략은 ‘100% 대한민국’으로 집약된다. ‘친노’ 깃발로 똘똘 뭉친 상대방을 과거로 규정하고, 자신을 미래의 이미지로 포장했다.
하지만 변했다. 중도층을 아우르는 통합의 메시지는 실종된 지 오래다. 보수 성향의 선진통일당과 합당을 강행했다. NLL 논쟁 등 강경 보수의 의제를 주도했다. 정수장학회나 왜곡된 역사관 등 과거사 논란과 MBC 김재철 사장의 거취 논란 등도 박 후보를 낡은 과거의 이미지에 가두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둘러싼 좌고우면도 계속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총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국민 통합을 내건 최대승리 전략을 내세웠다면, 대선 국면에서는 기존 지지층의 결집을 위한 최소승리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런 전략은 단일화 이후 예상되는 야권 지지층의 이탈을 흡수해야 할 박 후보 처지에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단일화 합의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박 후보는 다자 구도에서는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야권 단일후보와의 양자 구도에서는 오차범위 안팎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진짜 위기는 ‘위기에 대한 불감증’
그런데도 “이긴다”고 말한다. 선거를 앞두고 있으므로, 선거를 치러내야 할 캠프 관계자로서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다수의 참모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다. 캠프 내부에선 “단일후보와의 양자 구도에서 박근혜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선대위의 한 핵심관계자는 “결국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99.9%라고 본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당의 힘으로 조직된 대중을 안철수 후보가 이길 수 없다. 문 후보로 단일화되면 우리는 선명한 정책 차별화를 통한 대결로 가면 된다. 문재인은 ‘제2의 노무현’이다. 공식 선거전에선 근소한 차이로 박근혜 후보가 이길 것이다.” 다른 한 관계자는 “만일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면 국정 경험이 없는 불안한 후보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안정감 있는 후보라는 구도로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을 뒤덮고 있는 진짜 위기는 ‘위기에 대한 불감증’이라는 지적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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