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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길을 찾아서] 새 대북조정관 페리의 보고서 앞두고 ‘촉각’ / 한완상

등록 2012-11-14 19:45수정 2012-11-15 20:03

1999년 2월 중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 의해 대북정책조정관에 임명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3월6일 첫 한국 방문에 나서 김포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매파로 알려진 그가 조만간 제출하게 될 ‘대북정책 보고서’에 대비한 전략을 두고 필자는 당시 임동원 청와대 안보수석과 의견을 나누었다.
1999년 2월 중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 의해 대북정책조정관에 임명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3월6일 첫 한국 방문에 나서 김포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매파로 알려진 그가 조만간 제출하게 될 ‘대북정책 보고서’에 대비한 전략을 두고 필자는 당시 임동원 청와대 안보수석과 의견을 나누었다.
한완상 비망록-햇볕 따라 평화 따라 132
1999년 4월14일. 점심때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긴 얘기를 나누었다. 주한미군 지위 변경 문제에 대한 배경 설명을 들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에서 레이건 대통령 때 추진했던 ‘별들의 전쟁 계획’을 부활시키려고 하는 등 보수적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의 이름을 딴 위원회가 구성되어 지난해 7월 대북한 정책에 관한 보고서도 나왔는데 국방정보국에서 이 보고서 내용을 언론에 슬쩍 흘렸다고 한다. ‘앞으로 미국에 위협이 될 나라는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라, 북한과 이란 같은 ‘깡패국가’다. 그리고 향후 5년쯤 지나면 북한의 미사일도 미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해 8월말 북한이 위성발사를 했고, 그러자 공화당 내 냉전수구세력들이 ‘그 보라는 듯’ 의기양양해졌으며, 결과적으로 럼스펠드 보고서에 힘을 실어주게 된 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전 국방장관 페리를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했다. 좀더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대북정책을 새롭게 정리하기 위한 틀을 마련하고 싶어한 것이다.

요즈음 디제이는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탈냉전적이고 종합적인 협상책을 구상중인데, 그 핵심은 이미 75년에 키신저가 제시했던 교차승인이라고 한다. 즉 남쪽은 러시아·중국과, 동시에 북은 미국·일본과 관계 정상화를 이루자는 안이다. 사실 이는 노태우 정권 때 이미 나온 것이다. 그간 북한과 일본 간에는 한 치도 관계 향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것은 한국 정부, 미국 정부 그리고 일본 정부 모두가 탈냉전적 정책을 통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이루려는 정책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영삼 정부는 클린턴 정부의 대북 포괄정책을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이런저런 딴죽을 걸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난 3월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접근방안’이라는 아미티지 보고서가 또 나왔다. 이는 만일 북한이 디제이 정부의 포괄적 포용정책을 수용하지 않을 땐 미국이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심각한 고려를 촉구하는 보고서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선택은 무엇인가? 북한 폭격인가? 혹여 일부 대북 강경세력에 이끌려 ‘북폭’을 결정하게 된다면, 3만명의 주한미군과 7만명의 주한 미국인들의 생명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해 미국 정부는 심각한 숙고를 해야 할 것이다. 또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수백만명에 이를 한국민의 희생을 막는 일일 것이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조만간 나올 페리 보고서는 공화당의 보고서와 달리 ‘이 시점에서 북폭 같은 대응 전략은 거론할 필요가 없으며, 어디까지나 외교적 노력으로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최상책임을 강조했다’면 다행스럽겠다. 무엇보다 미국은 지금 국민의 정부가 역대 정부와 달리 햇볕정책으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번영을 이룩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남의 햇볕정책을 북이 거부한다 해도 성급하게 실패로 단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실패에 대한 판단을 내림에 있어 한·미 당국 간의 깊고 넓은 소통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4월21일. 어제부터 수유동에 있는 크리스찬아카데미에서 국제회의가 열렸다. 전 독일 대통령 바이츠제커 박사와 레이니 전 대사도 참석했다. 대체로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국내외에서 참석했다. 이 회의에 즈음해 디제이는 <시엔엔>(CNN)과 인터뷰를 했는데 대북정책의 다섯 가지 요소를 적절하게 제시했다. 이 다섯 가지를 미국과 일본 정부에서도 대북정책에 긴요하게 참고했으면 좋겠다. 중국과 북한 정부도 더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좋겠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북한과 관계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북한이 안심하고 변화와 개방을 해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한반도에서 대량학살무기는 제거되어야 하고 군비는 통제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휴전체제는 평화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남북간 화해협력이 추진되어야 한다.’

한완상 전 부총리
한완상 전 부총리
더불어 디제이는 미국에 대북경제제재를 철회하도록 촉구했고, 일본 정부에는 북한에 전쟁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말 정당하고 적절한 대통령다운 요구다.

다만 클린턴 정부는 다음 선거에서 포용적 대북정책 비판을 무기로 삼으려는 공화당내 보수세력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북한이 중국처럼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는 길을 시원하게 터주지 않고 있다. 진실로 북한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려면, 국민의 정부도 용기 있게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노태우 정부 때도 이미 훈련을 중단한 적이 있지 않은가. 한완상 전 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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